나와 같이 일하는 외국인은 한국에 온 지 10년이다. 나같이 번역을 하다 보면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을 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한국문학 작품을 영어로 번역을 한다고 하면 정말 막막할 때가 아주 자주 출몰한다. 그러면 고려하고 고려해서 한다. 이게 현실이다.
대학 때 학교 총장이 글로벌을 외치면서 국어국문과에 외국교수 한 명을 배치했다. 이때 내 생각은 '그래?'였다. 그런데 첫 번째 수업 때부터 빵 터진 사건이 고전시가를 외국어로 번역을 해오라고 했다. 나는 한숨이 났다. 고전시가는 석박사 논문만 해도 정말 수백 편인데 무슨 근거로 외국어로 번역을 해오라고 하는 건지 가슴이 막막해지면서 영어영문과를 다니는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어이가 없다며 "진짜 우습다"라는 말로 끝을 냈다.
결국 그 시간은 번역이 거기서 거기로 끝나고 교수님은 오케이라는 단어로 두 시간 전공강의를 마무리하셨다.
그리고 난 그해 최악의 수업을 듣고서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에 그냥 그 시간은 별 흥미 없는 시간으로 기억한다.
며칠 전 번역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고민을 하는데 외국인과 이야기를 할 일이 생겨서 이야기를 했다. 점심시간이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는데 잠깐, 내가 왜 영어를 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어로 왜 한국어 안 쓰세요?라고 물었더니 뜨문뜨문 "한국 사람들이 저에게 영어로 물으니 배움에 필요성이 없어서요"
갑자기 또 답답하다. 하.... 그래서 난 "앞으로 배우세요. 여기 한국인데 안 배우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거짓말 안 하고 그 외국인은 얼굴에 난감함을 한껏 하고서는 나에게 "왜요?"라고 말을 했고 나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한국에는 한국법"이라고 나는 단정을 짓고서 "앞으로 전 그냥 한국말할게요"라고 하고 식판을 가져가서 뒤를 보였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옆 직원이 나에게 "자기 그 외국인 연구원에게 뭐라고 했어?"
나는 "아뇨"
옆자리 연구원이 "에이 아닌데, 그 연구원이 자기는 영어를 쓰는데 한국어 시험 보기 싫다고 했데"
나는 "아 그 이야기요. 제가 한국에 온 지 10년이 다 되었음 한국어 공부 해서 소통 좀 부탁드린다고 했어요. 전 한국어로 이야기할 거라고 했고요"
옆자리 연구원은 "아 그랬구나.."
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퇴근 때 외국인 연구원이 나에게 왔다.
"왜요?"
라고 난 물었고 외국인 연구원은
"배워볼게요"
라고 말을 해서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하고서는 나는 집으로 퇴근했다.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10년이나 한국 생활하면서 한국어를 배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나를 설득하기 어려웠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뒷말이 충격이었다. 나를 보면 다 영어를 하는데 제가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죠?라는 말. 그래 , 난 한국어를 말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