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흔이 넘었지만 명품이 단 일도 없다. 능력도 안되고 관심도 없고 짝퉁이라도 들고 다니라는 주위의 권유에는 그럴 바에는 안 들고 다니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누가 뭘 들고 왔다고 하면 문제는 브랜드도 몰라서 그렇구나,라고 하는 편이 많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 진짜 브랜드 많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끝!
대기업을 입사하고 동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발 가방 옷을 서서히 바꾸더니 거의 일 년이 다 될 즈음에는 거의 명품이었지만 여전히 난 그저 그랬다. 동기 모임에 나가면 동기들은 "너 돈 벌어서 뭐 하냐? 주식해?"라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입으면 뭐 달라지냐? 명품 들면 사람이 명품이야?"라고 퉁을 주면 동기들은 "야 그래도 뭐.. 이렇게 입으면 달라"라고 한칼에 끊어서 난 그런가 보다 하고 서서히 그들과 멀어지는 삶을 살다가 끝내 사표를 쓰고 나올 때 마지막 모임에서 "난 굿바이 잘 살아"라고 말을 하자 동기들은 "난 솔직히 진짜 솔직히 네가 가장 오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아니 그렇잖아. 솔직히 우리 동기들 중에 네가 실력이 가장 좋았는데 이건 무슨 뜬금.. 아니 됐고 갈 곳은 있고?" 난 "응"이라고 하고 나중에 합격하면 합격턱을 쏘겠다고 하고 다시 만났다.
고마운 동기들, 그렇게 다시 만나도 달라진 게 없으니 다를 나에게 "한결같다"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럼 이제 내 인생가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때는 이직을 하고 3년 차에 가방이 필요했다, 서류가방에 크로스백 가방이 필요했다. 해외 첫 출장이라 너무 떨렸고 선배들에게 이래저래 물어보면서 준비를 했다. 동기들은 뭘 그렇게 싸는지 짐이 많았다. 나도 따라서 짐을 싸고서 시간을 기다리는데 동기가 "자기 뭐 매고 갈 거야?" 나는 "저는 백팩"이라고 했더니 "그래 그럼" 개운치 않은 마음은 왜 드는 건지 그날 집에 와서 가방을 다 뒤져서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 평소에는 백팩이 좋았는데 심포지엄이 끝나면 1박 2일 여유가 있어서 그 나라 장소를 여행한 다고 해서 그런가 뭔가 낭만적인 가방이 필요했다. 그래서 끝내 나는 내 인생 가방을 사기로 했다.
인터넷을 몇 시간을 서치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찾았다.
가방을 찾아서 수소문을 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눈구경을 며칠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날짜는 다가오고 결정을 해야 되는 타임, 나는 결국 질렀다.
그렇게 내 인생가방을 사고서 처음 그렇게 비싼 가방을 사고서 주위에 알렸더니 "그게 비싼 가방이라고?'라는 반응에 난 내심 놀랐다.
그래도 이 정도면 비싼 건데..라는 생각에 괜히 말했나라는 생각에 후회도 약간 들었다.
결국 그렇게 가방과 함께 심포지엄을 마무리하고 국내로 돌아와서 이 귀여운 녀석을 집에 두고서 열심히 매고 다녀야지 했는데 아끼는 가방이 되어서 가을이면 이 가방을 들고 다닌다.
그리고 내 인생 가방이 되었다.
살면서 누구나 사연이 있는 인생 가방 하나즈음은 있지 않을까, 나도 이렇게 살 줄은 몰랐다. 생각해 보니 이 가방은 내 가방 중 가장 애착이 있고 가장 추억이 많은 가방이다. 이 가방을 들고 다닌 다는 건 가을이나 겨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소유욕이 아예 없지 않아서 가방을 사기는 사는데 책을 넣을 수 있는 크기를 선호하다 보니 늘 큰 백팩을 선호한다. 그래서 손바닥만 한 가방을 사본적이 없어서 늘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시도하려고 몇 번이나 했지만 결국 아직까지 하나도 못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