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메시지 창이 이제 맞춤법도 고쳐주고 번역까지 해준다. 사람들은 "신기해"라고 한다. 나는 불편하다. 처음 텔레비전에서 대사가 나올 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청각장애인에게는 좋겠다는 생각에 아주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카카오톡 메시지 창은 나를 화나게 했다. 물론 정갈한 맞춤법 좋다. 그런데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게 없는 세상에 이제는 자신이 쓴 단어와 문장을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서 쓰는 노력을 덜어준다는 이 검색어 창을 마냥 좋아해야 할까.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가까이 조카가 살고 있다. 조카는 물론 공부룰 아주 열심히 한다. 제 딴에는 하루에 6시간은 공부를 한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순 공부시간은 3시간도 안될 것 같다. 폰이 문제이다. 그리고 그 폰에서도 유튜브나 쇼츠가 문제이다. 하나의 동영상을 1분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물어봤다.
그렇게 볼 거면 뭐 하러 보냐고 돌아온 대답은 "그냥 오래 보면 질려" 이 대답은 초등학생이 한 대답이다. 실례로 국어가 안되면 영어가 안된다는 모의고사 담당자 강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한국어가 안되는데 외국어 영역을 푼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외국어 영역 고3 수준이면 거의 논문 수준으로 나오는데 그게 될 리 없다. 그래서 나는 조카에게 늘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한다. 가끔 조카가 나에게 톡을 보낼 때 보면 틀린 글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러면 나는 아주 조용히 이야기를 하며 교정을 한다.
그리고 아주 나지막하게 "공부해서 고쳐"라고 말한다. 이번 카카오톡 메시지창은 아예 자동으로 고쳐주니 아주 편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럼 이제는 맞춤법에 신경을 안 써도 되니 나 같은 경우도 그렇고 다수의 사람들이 번역창만 누르면 해결이 되니 이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다음 번역이다. 나 같은 경우는 영어도 쓰고 중국어도 써서 아예 카톡 키보드에 한자도 깔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동번역 기능이 있으니 허무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찾아서 했다면 지금은 그게 아니니 스스로 찾아가면서 공부를 하던 그 재미는 없고 그냥 번역 끝, 세상 편하다고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스스로 한자도 찾으면서 했는데 이건 나름 번역의 재미를 잃었다 해야 할 것 같다.
기계문명이 발달하면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아져 편하기도 하지만 기계가 하는 부분이 많아지니 인간의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나는 생각을 해보면 어렵게 공부한 내용이 가장 오랜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그때는 눈물로 공부했다면 지금은 웃으며 "아 그 내용"이라고 한다.
편하게 맞춤법도 고쳐주고 번역도 해주는 이 기능이 나는 왠지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