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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국수/ 몽접

by 몽접

가락국수/ 몽접


비는 오는데 우산도 없이 걷다가 50촉 카바이드에

흰 연기 나는 포장마차에 들러 국수 한 그릇을 했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그저 추운 건데 마음이 가난한 나는 그것도

내게는 목에 넘어가니 내가 살아온 삶들도 꾸역꾸역 넘기며 살았단 생각에

국물에 둥둥 뜬 파들에 눈물이 쏟아졌다.


무엇을 위해 살았던가. 흔들리는 것들을 뒤로하고

사람들 틈에 껴서 삐걱이는 의자에 국수를 먹는데

젓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국수 한가락들이 내 슬픔이었으면 내 눈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에 목이 매여 얼굴을 묻고 먹는데

왜 난 자꾸 눈물이 국물 같아 이내 비워내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사람들의 숨소리도 죽은 검은 거리를 걷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

국수 한 그릇에 내 눈물이 겹쳐 결국 떠내지 못했던 그 한 가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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