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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울린 전화

by 몽접

정확히 5시는 아니었고 그즈음이라고 기억한다. 그렇다. 엄마가 내 브런치를 보셨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늘 그렇듯 "괜찮아"라고 말했다.

폰이 울린 지도 몰랐다. 난 기본적으로 거의 묵음이다. 폰을 싫어한다기보다는 폰에 대한 집착이 거의 없다.

유튜브를 볼 때는 집중해서 폰관리를 하지만 아닐 때는 그냥 가방에 넣어두는 게 기본이다.

퇴근을 하면 내 폰은 묵음으로 침대 위에 그냥 있다.

요즘 불면증으로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 스트레스인지 번아웃인지 몰라도 잠이 도통 오지 않아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삶은 이렇게 양면이 있다.


그렇게 책을 읽는데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익숙하게 하이톤으로 하고서 전화를 받았다.

"몽접아 엄마야"

나는 "응"

엄마는 갑자기 말씀이 없으시더니 "괜찮니?"

난 "그럼"

엄마는 "몽접아 살다 보면 굽이 굽이 고비가 있다는 거 알지? 엄마가 그 예전에 말해준 인생은 돌아서면 제로라는 말, 엄마도 자식을 키우면서 늘 느끼거든 , 그러니까 너무 힘들면 집으로 와"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은 목이 매였다.

난 아닌 척을 한다고 "엄마 갑자기 기침이 나려고 하네"

엄마는 "감기니?"

난 "날이 추우니까"


갑자기 엄마는 화를 내시며 "설마 아낀다고 춥게 지내니?"

나는 "아니야 , 아니야"

이렇게 전화를 하는데 거의 1시간이 흘렀다.

엄마는 "몽접아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 안 하면 속병이 생기고 너 힘든 거 엄마가 알면 어떠니"

나는 "그냥 패턴이야 엄마, 그런 거 있잖아. 그래프 같은 거"

엄마는 "알겠다. 일단 엄마가 너 좋아하는 떡 만들어서 보낼 테니. 뭣 좀 먹고 지내라"


나는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엄마는 "그놈의 다이어트한다고 안 먹지 말고"

난 "엄마 이제는 먹어. 엄마 힘드니까 떡 하지 마셔. 그리고 나 떡 안 좋아해"

엄마는 "갑자기?"

갑자기 뭐라고 해야 할까 싶어서 "아니 그냥"

엄마는 마지막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언제나 널 믿는다. 그러니 번아웃이 오면 가만히 그냥 가만히 있으렴. 그럼 시간이 가서 그 시간을 견뎌낸 네가 뭔가를 얻을 거야. 그러니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너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시간을 가지면 견디지 않을까 싶다"

엄마는 이렇게 명언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다.

나는 생각을 했다.

그래, 솔직하자. 이제 울어야지.

그렇게 나는 새벽에 펑펑 울고서야 출근이 가능했다.

추신: 엄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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