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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이 왔다.

by 몽접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다. 일단 저녁이 되면 두렵다. 내일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다. 밥을 먹는 것도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멍이다. 밖을 보는 멍을 하며 레몬물을 마시며 나도 모르게 '아 또 아침이네' 그래 언젠가 어디서 본 문구가 떠올랐다. '오늘의 아침은 누군가가 참으로 원했던 하루일지도 모른다' 그래 버스 정류장 화장실에서 본 듯하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아침을 나는 지금 싫어하고 있다.


겨우 일어나서 아침 레몬수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간단히 하고 장에 좋으라고 유산균을 먹고 , 아 이 유산균도 장이 너무 좋지 않아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먹고 있다. 나이가 들면 약이 늘어난다고 했던 할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결국 이렇게 전날에 피팅한 옷을 입고 나선다.


겨울이다. 차다.

옷을 여미며 아침은 편의점 커피를 대신하고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간다.

다들 무슨 표정으로 있을까 하면 바쁘다.

"어 왔어"

나는 인사를 하고 아무 말 없이 있는다. 그때 옆자리 동료는 "무슨 일 있어. 얼굴이 별로네?"

나는 "저 요즘 회사 나오는 게 너무너무 싫어요"

옆자리 동료는 "우리 일이 많아서 그런가 아닐까?

나는 "아니 일은 늘 많았고 그게 아니라 그냥 싫어요."

동료는 "그럼 번아웃?"

헉했다.

그래 잊고 있었다. '번. 아. 웃'

나는 결국 이 번아웃을 지금 통과하고 있다.


요즘 나의 식단은 한 끼 반이다. 아침은 통과하고 점심은 간단하게 저녁은 허전하지 이 또한 과일로 대충, 이렇게 하다 보면 어떻게 시간은 간다.

결국 이렇게 살다 보니 내 몸은 신호를 보내고 다크서클은 내 삶을 말해준다.


얼마 전 자주 간 약국에 갔다.

약사님은 왜 자주 안 왔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바빴다는 말로 대신했고, 약사님에게 회사 나가기 죽겠다고 했더니

"아니 무슨 말이세요, 나가라고 밀 때까지 있으세요"

나는 "지치는데요"

약사님은 "우리 남편 지금 끝까지 있어요"

나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나는 그때까지도 번아웃을 알지 못했다.


그래 번아웃, 나에게는 지름신은 없어도 번아웃은 있다.

숙제다. 이 번아웃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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