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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잇 부엉이 Aug 02. 2017

규제에 막히고...지원해줘도 모자랄판에 '베끼기'까지

비즈니스 단상

언론을 욕하기도 하지만, 언론이 비판의 기능을 멈춘다면 그것만큼 제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창 심심찮게 보도되던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횡포 못지 않게, 일명 사업베끼기 논란이 정부/기관들로 번져가는 추세다.


1. 청년들 벤처기업 서비스 베낀 공공기관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34929


2. 똑같은 기술 개발한 기업 몸값, 한국은 500억 원 미국은 1조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31/2017073100061.html


기사 내용이 좋고 나쁨,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참 답답하고 한심하다.

비단 '베끼기'만 있었나.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외쳤던 일부의 목소리 가운데 해묵은 논쟁이 있다. 바로 '네거티브 vs. 포지티브' 규제다.  우리나라의 규제는 근본적으로 포지티브 규제를 지향한다.  즉 법률에 '허용'한 것만 되고 나머지는 안 된도가 본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려거든 법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법망을 피해서 사업을 하란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법을 그만큼 잘 알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뭘 해도 규제가 심하다는 말이다.  '허용'된 것만 하려니 돈 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금방 레드오션화되고, 양심없다는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뭐든 베끼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뭔가를 한다고 하면 가장 전문가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업무에 카카오톡을 많이 쓴다고 해서 그것과 유사한 앱을 만든다고 요란을 떤 적 있다. 결과는 뻔하다.  잘 안 된 이유가 뭘까? 사업자 마인드가 없어서 그렇다.  정부는 여전히 만들면 다 될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예산은 가장 적게 들이려 한다.  유지보수가 있을리가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정부도 혁신을 하려다보니 기존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다.  근데 정부가 혁신할 일이 뭐가 있는가.  정부의 혁신은 기업을 어떻게 도와줄 지에 대한 방법의 혁신인거지, 자신들의 기업이 하는 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일정 부분 초기 인프라가 많이 투입되어 민간 부분에선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일에 대해선 (발전소 건설, 도로 및 항만 건설 등) 정부가 욕 먹어 가면서도 나서서 하지 않나.  하지만 저런 자잘한 데까지 정부가 나서야 하나 싶다.  국민의 세금 아까운 줄 모르고.  민간에서 돈 벌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벌어본 사람은 안다.  하지만 정부는 따박따박 예산 편성되니까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안다. (모든 공무원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니라는 건 더 이상 말 안 할련다.)


정부는 앞에선 규제로, 뒤에선 저렇게 달려나가는 사업자의 뒷덜미를 잡는 경우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가 보다.  그냥 안 하면 될 것을 또 굳이 다른 기관으로 넘겨가면서도 굳이 그 일을, 그 어려운 걸 해 내려고 한다.


'보험다모아'가 있다.  정부가, 정확히는 금융위가 나서서 보험 분야의 민원을 줄이고자...왜? 보험은 상품 설계가 일반인들, 소비자가 이해하긴 너무 어려워서..근본적으로 정보의 불투명성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다. 따라서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모아주기로 한다. 어딜 통해서? 보험다모아를 통해서...


이름은 보험다모아요, 별칭은 온라인보험수퍼마켓.


http://www.e-insmarket.or.kr/intro.knia


그런데 이게 사이트를 막상 만들긴 했는데, 슈퍼마켓이란 게 사람들이 모여들어야 하지 않나.  모객이 되어야 한다.  근데 이게 저조하자 포털과 제휴를 선언한다.  문제는 포털은 사업자다.  돈 안 되는 일은 할 수가 없다.  더욱이 포털 사이트는 spot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이걸 광고비로 받겠다고 했다.  보험다모아는 구축 & 유지비용이 들고 있긴 하지만, 포털과 제휴하면서 한숨 돌렸다 싶었겠지만...


요새 인슈테크라고 해서 보험분야의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보험이 지닌 본래의 순수한 의도로 되돌리자는 작은 움직임들이 스타트업 사이에서 있다.


보험업계 '핫 아이템' 인슈테크, 스타트업 진출 봇물

http://www.dailian.co.kr/news/view/638961/?sc=naver


심지어는 기존 보험사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보기도 한다.


'약일까 독일까' 인슈테크의 두 얼굴...보험업계 셈법 분주

http://www.dailian.co.kr/news/view/637945


그런데 스타트업 진출이 봇물을 이루는 분야에 보험다모아는, 보험다모아 활성화는 찬물을 끼얹는 조치다.

심지어 보험산업의 발전과 소비자 권리 보호에 대한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으나, 본래 의도한 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거 같다.


일반적으로 '사이트 홍보'는 어떻게 하는가.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표적으로는 광고를 해야 한다.  요즘이야 모바일이 대세고 하니 모바일 광고도 해야 하고...등등등.

근데 이걸 포털과 제휴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나이브하게 생각한 끝에 애꿎은 손보협회/생보협회만 가격협상에 내몰렸고, 금융위는 그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박고 있다. (아니... 시작은 누가 해 놓고, 판은 누가 벌여 놓고 이제 와서는...)


보험다모아-포털 검색 연동...민간에 책임 떠 넘기는 금융위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80502100658785001


거대 포털의 탐욕? 광고주의 생떼? 네이버-손보업계 '7900원 전쟁'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9/2016121902559.html


급기야는 네이버와 가격협상이 안 되자, 보험다모아 운영 주체인 손보협회/생보협회는 '다음'과 먼저 계약을 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포털이 네이버만 있는 건 아니니깐...영향력을 쫌 떨어져도)

근데 심지어 그 '다음'이란 곳은 GA업체와 제휴해서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중에 있다.

(이 단상만 봐도 이미 민간에서 하고 있는 영역이 아니더냐...)


다음, '보험료 비교 서비스' 추가..."상호작용" vs "소비자 혼란"

http://m.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284230


포털에 알려서 보험 소비자의 권한이 올라가고 보험 분야의 민원이 줄어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서비스 고도화와 지속적인 고객 의견 수렴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민간의 어느 플랫폼과는 다른 길을 걷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더욱이 이미 진입한 인슈테크 스타트업들에게는 오픈API 정책처럼 '보험다모아'의 정보를 활용해서 사업할 수 있다는 바람도 요원해졌다.  만약 자격요건이 포털만큼의 page view, 트래픽이 나오지 않으면 언감생심 명함도 못 내밀 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픈API는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정보 이용료'가 붙는다. ㅎㅎㅎ


[이슈분석] 코스콤, 10만 다운로드 18억 요구...핀테크업체 고사 위기

http://www.newspim.com/news/view/20170202000291


내가 아무리 브런치에서 거품 물고 얘기한다고 알아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마는 그 입장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함부로 속단해서 얘기하지 마라.


p.s. 이 글을 쓸까말까 고민했던 시점이 한참 전이었는데, 변수는 네이버와 줄다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리 다음과 할래!!!" 깜짝 발표를 하면서부터다.  사안도, 이슈도 그렇게 그렇게 변하고 변하는 것.

근데 나도 막상 쓰고 보니 '제목'과 '내용'이 쫌 안 맞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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