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마라톤3-보고 느낀 것들
1.마라톤 엑스포
후쿠오카 마라톤의 열기는 대단했다. 도시 곳곳에 마라톤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괜히 그 포스터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했다. 나도 그 일원이라는 일종의 소속감과 낯선 타지에서 처음 마라톤 뛴다는 그 사실 자체에 대한 흥분이 함께했다. 후쿠오카 마라톤은 철저히 대면접수가 원칙이다. 미리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을 마치고, 대회 3일 전부터 후쿠오카 시청 앞에서 대면접수 및 배번수령을 해야 한다. 길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이 지하철 역에서부터 팻말을 들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벌써 마라톤 복장을 하고 계셔서 그 열정이 전염되는 듯했다. 역을 나서니 시청 앞 광장이 북적북적하다. 외국인 배번 수령 줄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가자마자 배번과 팸플릿 등을 수령할 수 있었다. 내가 수령하자마자 봉사자분들이 바로 "간바레-!" 하면서 일제히 서서 손뼉 쳐주셨다. 이에 질세라 나도 함께 호응해 주었다. 이 사람들, 정말 마라톤에 진심이다.
단순히 수령부스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업체들과 행사들이 버무려진 '후쿠오카 마라톤 엑스포'를 진행해서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 목표시간 사진 부스, 에너지젤 부스, 마사지 부스까지 그야말로 마라톤 축제였다. 마라톤 선진국, 다르긴 다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이 연단에서 후쿠오카 마라톤 댄스를 추는 것이었다. 아마 몸 푸는 동작을 율동으로 유쾌하게 바꾼 것 같았다. 마라톤 주요 스폰서 중 하나가 맥도날드라 마스코트인 광대가 맨 앞에서 함께 춤을 추었다.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순수함과 다양성. 너무 진지해서 귀여운(?) 전형적인 일본문화 같아서 보는 맛이 났다.
2.짐보관
모든 마라톤인들의 숙제는 날씨도, 신발도 아니다. 바로 짐보관이다. 보통 아침 시간대에 마라톤이 시작되어 짐보관이 늦어지면 단순히 늦게 뛰는 걸 넘어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진다. 자신의 루틴이 깨져버리고 워밍업 되지 않은 몸이 추운 날씨에 더 오래 노출되기 때문이다. 작년 친구와 나갔던 한 하프마라톤에서는 짐보관과 수령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주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두 번은 안 당한다는 마음으로 후쿠오카 마라톤에서는 아침 일찍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웬걸. 짐보관은 1분이면 충분했다. 내 그룹과 섹션, 개별번호가 지정되어 있었고 나는 그에 맞는 트럭 앞에만 가면 되었다. 줄은 없었고, 자원봉사자들이 더 많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대회 아침, 나는 덕분에 따뜻한 실내에서 오랫동안 워밍업을 할 수 있었다. 마라톤을 마치고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지만, 한 가지 기분 좋은 게 있었다면 내 짐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시간이라면 당연히 도착하는 게 맞으려나. 마찬가지로 내 고유번호만 자원봉사자에게 이야기하니 짐을 금방 찾아주셨다. 후쿠오카 마라톤,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이 따뜻하다.
3.러너들의 성지 알펜샵
대회 전날 도착한 나는 러너들의 성지, 알펜샵으로 향했다. 없는 게 없다는, 한 번 들어가면 월급을 쓰고 나온다는 바로 그곳에 도착했다. 사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간 것이었는데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였다. 출국 전날 회식으로 술을 거나하게 때렸던 나는, 술김에 짐을 싸는 바람에 빠뜨린 게 많았다. 바람막이 안에 입을 옷도, 러닝양말도, 에너지젤도 챙기지 못했었다. 알펜샵이 있는 쇼핑몰은 마치 버블시대 건축물 그 자체였고, 약간 테크노마트 느낌도 났다. 알펜샵은 거대한 스포츠 마트 같았다. 몇 층이 전부 스포츠 용품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종류도, 세일도 엄청났다. 월급을 들고 왔어야 했는데,,, 나이키에서 이너 옷을, 호카 양말을 구매했다. 에너지젤은 마라톤 엑스포에서 구매했다. 당시에는 엔화가 지금보다 쌌고, 각종 세일을 받으니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쇼핑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나지만, 눈이 돌아갔다. 한국에 하나 차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