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4-먹고 마신 것들
카보로딩을 참 좋아한다. 이름부터 폭력적이다. 몸에 탄수화물을 때려 넣어 쌓는 행위. 말만 들어도 행복하지 않은가. 마라톤 등 장거리 운동 2~3일 전부터 탄수화물 섭취량을 대폭 늘려 근육과 간에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최대치로 저장하는 식단을 카보로딩이라고 한다. 잘 먹어놓아야 잘 뛸 수 있다. 잘 못 먹고 뛰는 날에는 힘이 없고, 페이스가 잘 안 나온다. 하늘이 노랗기 때문이다. 사실, 식사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밥, 빵 등 탄수화물 섭취량만 늘리는 것이 권장되나, 나는 종종 폭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카보로딩을 사용한다. 카보로딩(?)을 위해 후쿠오카에서 내가 먹고 마신 것들을 소개한다.
1. 규카츠 (특)
대회 전 날, 선수 등록을 하기 위해 엑스포가 열리는 후쿠오카 시청역으로 향했다. 고기가 너무 당겼다. 특히 바삭하고 야들야들한 규카츠가 너무 당겼다. 즉시 서칭에 들어갔고, 후쿠오카 시청에 좋은 평을 가진 식당을 찾았다. 후쿠오카 시청역 쇼핑몰 안에 있던 규카츠 체인점을 찾았다. 원래는 웨이팅이 긴지 가게 밖에까지 웨이팅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더라. 다행히 방문했던 시간이 애매한 시간대여서 그랬는지 금방 들어갔다. 당연히 특으로 시켰다. 확실히 한류가 유행인 건지 젊은 종업원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본인도 한국말할 줄 안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사랑해요 BTS. 이 식당의 규카츠는 초벌이 되어 나오고, 그것을 작은 화로에 구워 먹는 방식인데 아주 맛있었다. 내가 굽기를 조절할 수 있고, 질이 좋은 고기를 사용하는지 아주 야들거렸다. 유자소스, 마소스, 소금, 간장 등 다양한 소스를 찍어먹을 수 있어 입이 호강했다. 카보로딩답게 밥도 한 공기 더 리필해서 먹었다. 돼지가 따로 없네.
식당 주소 : https://maps.app.goo.gl/J2TrwCDXJ22NegWL6
2. 라멘 (특)
저녁으로는 라멘을 먹었다. 주로 시내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에어비앤비 숙소를 선호하는데, 너무 번잡하지 않고, 로컬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 가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맛있다. 라멘이 먹고 싶어 근처 라멘집에 방문했다. 매콤 특 라멘을 시켰다. 국물이 간간 하고, 내용물이 튼실해서 카보로딩이 제대로 되었다. 맵기보단 약간 짰다. 고기가 야들야들하고 잡내가 안 나서 짠 국물맛을 잡아주더라. 면발이 탱글탱글해서 맛있었다. 젊은 부부 사장님들이 운영하고 계신 가게였는데, 별안간 어린 딸과 함께 어느 세 가족이 방문했다. 젊은 사장님은 본인이 젊었을 때 하셨던 닌텐도 DS 팩들을 딸 손님에게 전달했다. 어린 소녀는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하며 받고 기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아마 단골이고, 한 번 전달해 주겠다고 했던 모양이다. 훈훈한 광경을 목격하며 라멘을 먹으니 더 맛있는 느낌이더라.
식당주소 : https://maps.app.goo.gl/h29osNfeTYXcZEfU6
3. 편의점 정식
저녁간식으로는 롤케이크와 포카리스웨트 1병 때렸다. 말해 뭐 해. 일본 편의점음식은 왜인지 몰라도 더 맛있는 느낌이다. 한국 편의점들도 최근 퀄리티가 올라와서 맛있는 빵종류나 간식류들을 맛볼 수 있고, 솔직히 블라인드 테스트로 먹어보면 분간이 안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본 편의점음식이 주는 깊은 맛이 있다. 겉 포장지의 생경한 언어 때문인가. 아님 충실한 내용물 때문인가. 녹진한 크림과 달달한 포카리를 음미하며 클리어했다. 경기 날 아침으로는 닛신 해산물라면과 명란이 가득 들어간 삼각김밥을 때렸다. 달리기 마라톤이 아니라 푸드파이팅 마라톤에 나갔어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것 같다.
4. 야끼니꾸와 나마비루 (무제한)
경기 후에는 고기가 그렇게 당기더라. (평소에도 그렇지만) 탈진한 몸을 이끌고 지나다닐 때 봐 놓았던 야끼니꾸 집에 방문했다. 고기가 무제한인 야끼니꾸 집이었다. 생각보다 퀄리티도 가격도 괜찮아 놀랐다. 필사적으로 단백질을 보충했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마라톤 완주하고 마시는 맥주일 것이다. 세포 하나하나가 짜릿해지는 느낌이다. 좀 금방 취하긴 하지만. 우선 맥주를 한잔 때리고 본격적으로 고기를 먹었다.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좀 빈약하게 찍혔다. 종업원이 추천하는 고기코스를 먹고 더 먹을 고기들은 선택하는 그런 식당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혼고기는 해외에서도 쉽지 않았지만, 뭐라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여튼 내가 이래서 마라톤을 좋아한다니까.
식당 주소 : https://maps.app.goo.gl/yLDrXEEMmb1mjQCn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