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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댁 Mar 23. 2022

자그레브에서 당일치기 바다여행을 하고 싶다면?

아름답고 조용한 작은 바다가 마을 Selce

  크로아티아는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한 휴양지이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바다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유럽 각지에서 휴가를 즐기러 내려오는 차들로 주차장이 된다. 특히, 자국에 바다가 없고 날씨가 안 좋기로 유명한 독일인들이 제일 많고, 폴란드, 체코,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심지어 저 북쪽의 덴마크 사람들 등등 온 유럽 각지의 사람들이 앞다투어 크로아티아로 내려온다. 7,8월의 크로아티아 도로는 캠핑카는 물론이거니와 요트까지 뒤에 매달아 끌고 크로아티아 바다로 향하는 차들로 북적인다. 물론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어느 곳이나 깨끗하게 잘 관리된 환경이 크로아티아를 찾게 하는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에는 최근에서야 핫한 여행지로 떠올랐지만, 사실 크로아티아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였다.


 그런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는, 바다로 유명세를 치르는 것이 무색하게 내륙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주로 자동차로 이동하는 유럽인들은 보통 자그레브는 지나치고 바로 목적지인 바다로 향한다. 사실 자그레브는 유럽인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도시여서 화려한 클럽이나 까페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유명한 그림이 소장되어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이 아닌 우리 아시아인들이나 미주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하고 차분한,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비행기로 여행 오는 여행객들은 자그레브에서 며칠 보내며 여행의 쉼표를 찍기도 한다. 꼭 봐야 할 명소가 적기 때문에 편안하게 쉬며 한 숨 돌릴 수 있는 쉼표 같은 곳이랄까. 무엇보다 유럽에서는 드물게 치안이 좋은 안전한 곳이어서 느긋하게 도시의 매력을 느끼며 유유자적 거리를 거닐기에는 딱인 곳이다.


 크로아티아는 보다시피 바닷가로 길게 늘어진 지형이라서 수도인 자그레브에서 달마시아 해안으로 가려면 아무리 가까워도 차로 4시간은 가야 한다. 그래서 종종 유럽여행을 하는 분들 중 크로아티아를 꼭 들리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은 자그레브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유네스코에도 등록된 크로아티아의 유명한 명소인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을 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크로아티아의 달마시아 해안까지 가는 일정을 소화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자그레브에서 하루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크로아티아 바다는 없냐고. 당연히 있다. 그것도 꽤 가까이에, 아주 멋진 곳이!


빨간색 동그라미의 작은 마을이 Selce이다


 보통 자그레브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달마시아 해안이 유명하지만, 이탈리아와 맞닿아 있는 이스트리아 해변 역시 자그레브 현지 사람들과 특히 근교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명한 휴양지이다. 자그레브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셀체 Selce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인데, 작긴 해도 꽤 유명한 명소이다. 무엇보다 물이 얕은 모래 해변이 많아서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자그레브에서 한 시간 반 걸리는 거리이니, 아침에 출발해서 실컷 놀고 저녁까지 먹고 자그레브로 돌아와도, 하루 일정으로 가능한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바다 휴양지이다. 셀체 맞은편에 위치한 크르크 Krk섬도 유명한 크로아티아의 바닷가 명소이지만,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기엔 무리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아름다운 바다를 하루로 충분히 느끼기에 셀체로도 충분하다.

 

 크로아티아는 20203 19일의 락다운 명령이    정도 지속되다가 그 해 5 , 해제되었다. 락다운이 해제되어 도시  이동금지가 풀리고 따뜻한 날이 계속되자 집안에 계속 갇혀 지내던 우리 가족은 하루 일탈을 계획했다. 가까운 우리만의 숨겨둔 보물 같은 , 셀체가  여정에 딱이었다.

   

그냥 바다에 철퍼덕 주저앉아 노는 작은아이. 바다와 연결된 하늘.


 배쓰 타월   깔고 해변에 누워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간의 답답함이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5월의 크로아티아 바다는 아직 차가웠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파아란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답답한  달여의 실내 생활이었으니, 오랜만의 바깥공기, 더군다나 마음이  뚫리는 바다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웠을지! 국경은 아직 출입을 막아놓은 상황이어서 해변에는 동네 사람들과 우리뿐이었다. 문을  까페나 음식점이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처음 보는 한산한 크로아티아 해변의 모습이 낯설긴 했지만 그래서  좋기도 했다. 우리만의 해변이었다.


 

우리 집 반려견 두브, 너도 그간 너무 답답했지?


  일상이 답답할 때, 그런데 시간은 없을 때, 우리는 가끔 차를 타고 셀체로 향한다. 우리 가족만의 짧은 일탈이랄까. 특별할 것 같은 여느 크로아티아 바닷가 마을. 그래서 더 편안한 곳. 자그레브에서 살지만, 그래도 바다를 곁에 두고 있다. 여기는 크로아티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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