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부모, 사회와 가정 사이 딜레마
영화를 보면 숲에 사는 모두가 왕자를 따른다. 시끄럽고 무질서여도 왕자가 나타나자 행동을 멈추며 주목한다. 밤비가 엄마에게 왕자를 따르는 이유를 묻자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모두가 그를 존경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엄청 용감하고 지혜롭단다.
숲 속 사슴 중 그 누구도 그의 절반만큼도 살지 못했어.
그래서 그가 숲의 훌륭한 왕자님으로 불린단다.
참고로 왕자는 밤비 아버지다. 밤비에겐 아버지를 처음 만난 순간이다. 하지만 밤비는 아버지와 이야기하지 못한다. 모두에게 존경받으나 가정에겐 소홀하다. 위 내용을 통해 밤비에서 말하는 리더란 어떤 존재이며 숙명이 따르는지 이야기하겠다. (왕자님이라 부르지만 아버지는 왕 역할을 하고 동물은 밤비를 왕자라 부르니 지금부터 밤비 아버지를 왕자가 아닌 왕이라 칭하겠다.)
밤비에서 리더란 모두에게 존경받고 용감하고 지혜로운 존재다. 오래 살았기에 관록이 지혜를 보충한다. 왕은 위기를 먼저 읽어내고 알린다. 사냥꾼이 어디까지 들어왔는지 동태를 살피고 다른 동물을 피난시키며 마지막에 도망친다. 해당 모습은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위험 지역에 가야 하며 빨리 도망쳐야 하지만 마지막까지 남는 모습이다. 가족과 함께하고 싶지만 왕으로서 숲을 지키는 책임 때문에 이행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게 아닌 해야 하는, 욕구가 아닌 의무를 먼저 행하는 리더 모습이다. 생존욕구조차 뒤로하고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다.
물론 엄마를 찾지 못해 밤비가 도망치지 않고 당황할 때 같이 있어주며 도망치게 도와주고,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되자 아빠로서 책무를 다한다. 밤비 아버지이자 왕은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가족에게 소홀한 아버지다.
가족과 개인에게 시간을 쏟지 못하고 바깥 업무에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은 높은 지위에 위치한 사람이 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지위가 높고 존경받는 인물은 리더로서 책임을 위해 가정에 소홀하다. 가정과 직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사람도 있지만 밤비에서 나오는 왕은 한 마리 토끼만 잡는다. 인사도 하지 못하고 멀리서 출산과 성장을 지켜보며 다가가지 못하고 숲을 지킨다. 자신을 따르는 동물과 아들이 숲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살게 해 주기 위해 가족을 멀리한다. 그게 가정과 숲을 지키는 왕, 아버지로서 역할을 동시에 이루는 방법이라 믿는다.
인간도 비슷하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 개인 시간을 잃더라도 사회 역할을 위해, 혹은 가정을 위해 야근을 하고 일을 하고 휴가를 반납한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도 책임을 다한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자식은 부모를 어색해한다. 함께한 경험이 적어 추억도 없고 공통분모가 없으니 할 말이 따로 없어 지켜볼 뿐이다. 그룹 구성원은 의무를 다하는 자신을 존경하지만 가족에게 부모와 부부로서 존경은 받지 못한다. 서운한 리더는 가족에게 폭발해 자신을 '돈 버는 기계'라 생각하냐고 화내고, 가족은 '해준 게 뭐가 있냐'라며 화내며 금이 간다. 대화는 단절하고 가정은 독립하지 못해, 이혼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한 집에 사는 끔찍한 환경으로 변한다.
어찌 보면 딜레마다. 훌륭한 리더와 훌륭한 가족 역할을 동시에 하긴 힘들다. 밤비 아빠가 아빠 노릇을 한건 밤비 엄마가 인간 때문에 사망하고 밤비가 혼자가 된 순간이다. 어쩔 수 없이 가정을 직접 돌봐야 할 때 리더는 가정을 챙길 여력이 생긴다. 그전까진 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 가정을 챙긴다면 공동체에 소홀해지고 공동체를 챙기면 가정에 소홀해진다. 우리가 속한 기업, 학교, 국가 지도자가 리더로서 행동을 하면 그만한 축복이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모든 구성원을 이끌고 함께 걸어가며 위기를 벗어나게 한다. 하지만 해당 행동이 가족에게도 축복일까? 질문에 관한 실제 예시 3가지를 아래 소개하겠다.
-1. 곰돌이 푸 작가 a.a밀른
첫 번째 사례는 곰돌이 푸 작가 a.a 밀른 이야기다. a.a 밀른은 작가로서 명예와 명성은 얻었으나 아버지 역할을 소홀히 해 자식에게 증오를 받았다. 밀른은 전쟁 트라우마에 갇혀 살았다. 트라우마는 잘못된 육아 방식을 행하게 했고 아들과 소통하지 않았다. 밀른은 그럼에도 그게 자식을 위한 거라 믿었다.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은 곰돌이 푸 작품 속 로빈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매스컴과 작품에 환멸을 느꼈고 아버지를 증오했다.
-2. 영조와 사도세자
이번엔 한국인에겐 유명한 부자 이야기다. 바로 영조와 사도세자다. 영조는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인 사도세자에게 많은 기대를 했다. 기대는 사도세자에게 부담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버티기 힘들 정도로 많은 교육, 질책과 학대를 가해 사도세자는 정신병을 얻는다. 정신병은 기행과 비행을 불렀고 결국 뒤주에 갇혀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이했다. 후에 영조는 손자 정조에게 지극정성을 다했다.
-3. 아인슈타인과 첫 번째 가정
마지막 예시는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 결혼 생활은 아인슈타인이 인간으로서 크게 비판받는 부분이다. 두 번 결혼했는데 첫 번째 부인인 밀레바와 두 아들(친 아들이다.)에게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관심 주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세계 1차 대전으로 잠시 피신할 때 친척 누나이자 과부인 엘자랑 바람피워 이혼하고 엘자와 재혼한다. 이혼 후 밀레바와 두 아들에게 신경 써주지 않고 경제 지원을 거부해 셋은 고생했다. 때문에 셋은 아인슈타인을 평생 미워했다. 특히 장남 한스는 아인슈타인을 아버지 취급도 하지 않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도 아버지에게 연락하지 않았으며 아인슈타인 부고를 들어도 슬퍼하지 않고 장례식장에 찾지도 않았다.
자신이 가진 사회 위치를 위해 가정을 억압하거나 소홀히 한 예시 3가지를 소개했다. 우리는 위와 같은 예시로 뭘 배우는가? 사람은 익숙하면 소중한걸 가볍게 보는 실수를 한다. 흔한 예로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건 두려워하면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에겐 쉽게 상처 준다. 일상을 누군가는 자극 없는 지겨움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평화라고 부른다. 당연하다는 인식이 소중한 가치를 가볍게 여기게 해서는 안 된다. 소중한 존재가 과거형이 되면 그때 소중함을 깨달았을 땐 늦었다. 그러니 당연한 존재를 당연하게 보지 말고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자. 사회에서 하는 역할만큼 가정에도 충실하면 우리가 얻지 못할게 뭐가 있겠는가? 사회에서 얻는 수많은 명성은 잠깐이지만 가정에서 얻는 명성은 평생 함께하고 대를 이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걸 기억하자.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
-R.Browing-
오늘은 밤비에 나오는 밤비 아버지를 통해 리더라는 존재와 가정 모습, 성공가가 하는 실수를 소개했다. 내용이 유익하고 영화를 더 넓게 보는데 도움 되었길 바란다. 다음에도 밤비 관련 글로 찾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