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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닉 Mar 22. 2024

신데렐라에게 험한 말 듣고 싶으면 이 소리를 들려주세요

현대에는 낭만이지만 당시 노동자와 신데렐라는 욕하는 소리

신데렐라 하루는 시계 종소리로 시작한다. 신데렐라는 종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하루 일과가 시작했다고 재촉하고 지금부터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니까. 이는 산업 혁명 당시 노동자 마음을 대변한다. 지금부터 해당 내용을 설명하겠다.




시계가 노동자에게 끼친 역할


오, 저 시계! 늙은 훼방꾼 같으니라고! 들었어. "자, 일어나!"라고 말한 거잖아.
- 종소리 듣고 신데렐라 대사 -


옛날 시계 종소리는 노동자에게 하루를 알리는데 목적을 둔다. 산업 혁명 덕분에 유럽 사회는 공장화가 되서다. 산업화 이전 노동자는 집에서 일했다. 출근하거나 어디 모일 필요가 없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일하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며 자기 생활 패턴에 맞춰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고, 다음 날 있을 업무 두려움이 적고, 수작업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장인 정신과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나타나며 달라졌다.


산업혁명에 공장화가 탄생한다. 공장화 때문에 노동자는 특정 구역에 정해진 시간까지 가야 하는 출근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일하는 장소가 집에서 공장으로 바뀌고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개념이 정해진 시간으로 바뀌며 패턴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은 처음으로 시계를 만든다. 시계 덕분에 모두 같은 시간에 제때 출근한다. 즉, 시계란 노동자가 제때 공장에 오게 만들기 위해 자본가(부르주아)가 만든 도구다.


단순히 시간만 알려주는 게 아닌 시간에 맞춰 종소리도 내서 노동자에게 출퇴근을 알려준다. 시계가 울리면 하루 시작이니 일하고 밤에 울리면 내일 출근을 위해 자야 한다.


시계탑은 노동자가 일정하게 노동을 해 자본가 부를 채우기 위한 관리 도구로서 탄생했다. 시계도 판매해서 노동자가 출근을 제때 하도록 조정했다. 알람 시계는 아직 없다. 종소리가 전부다.


종소리로 기상하지 못할 노동자를 위해 당시 영국은 노동자 집을 돌며 창문에 완두콩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창문 두드리기, 문을 두드려 노동자를 깨우는 직업도 존재했다. 해당 직업을 노커업(knocker upper)이라 한다.



공장화는 사람이 수작업을 통해 얻는 자부심도 앗아갔다. 추가로 지금과 달리 열약했던 당시 노동자는 적은 임금으로 오랜 시간을 일했다. 공장에 출근해 삶 패턴이 바뀌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못 보내며, 힘들게 일하고 자부심도 없는데 버는 돈조차 줄어든다.


심지어 지금과 달리 직업 안정성도 적다. 노동자는 불만 있어도 해고당하면 가족을 먹여 살릴 방법이 없어 고분고분 따랐다. 노조도 없다.



임금인상 없고 노조 없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도 없다. 노동자는 자본가를 위한 부품에 불과했고 노동자를 위한 숙소도 사람이 쉬는 공간이 아닌 물건을 놓는 수준이다.


이런 모습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를 만들게 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신데렐라에 나오는 시계탑 역할도 산업혁명 당시 수많은 노동자에게 고된 하루를 알리는 끔찍한 종소리로 영화에 나온다. 물론 마지막은 해피엔딩을 알리는 종소리가 된다.



현대로 넘어온 시계 종소리와 시계, 미래


더 이상 국가, 도시에서 종을 울려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 도시 상징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을 위해서만 울린다. 모든 사람이 개인 시계를 가지고 출퇴근이라는 공장화에 익숙해졌으니까.



과거 노동자는 시계를 보는 거 자체를 싫어했을지도 모른다. 탄생 목적이 공장화니까. 종소리는 더욱 끔찍했을 터다. 신데렐라 첫 장면에서 당시 노동자 마음을 보는 게 가능하다. 종소리가 울리자 시계를 '늙은 훼방꾼'이라 칭하며 창 밖을 향해 짜증 낸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시계는 모두가 가진 필수품이고 패션 용품으로 사용된다. 산업혁명 초기에 가서 미래는 시계가 패션 용품이 된다 말하면 '미래 모든 인구가 자본가냐'며 욕하고, 술 취했냐고 조롱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반대로 미래는 현대가 싫어하는 어떤 장치가 패션이나 좋은 장치로 바뀔까? 어떤 방식으로 노동이 바뀔까? 2세기 만에 노동 환경이 급변했는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노동자와 자본가를 나눌까?


노동 장소가 집에서 집 근처 공장으로, 공장에서 다른 도시로, 다른 도시에서 다른 국가로 까지 노동 환경을 확장했다. 심지어 지상이 아닌 지하, 해저, 구름 (ex : 비행기 승무원) 위까지 노동 범위는 확대했다. 이제 무엇을 더 확장할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미래에는 각 정치당에 따른 패션 용품이 나오며 지지자가 입는 게 문화가 되는 사회가 나올지도 모른다. 현대처럼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보여주기를 숨기는 게 아닌 당당히 보여주고 패션, 문화로 승화하는 시대며 명품 브랜드처럼 브랜드화하는 모습은 지나친 상상일까.


노동자 작업조끼가 남성 상징이 돼서 유행하는 옷이 될지도 모르고 권력자, 기업가가 작업조끼를 따라 입는 모습도 가능하다. 말도 안 된다고 비웃겠지만 애초에 현시대는 과거가 말도 안 된다며 비웃은 모습을 이루어낸 시대다.




오늘은 종소리를 듣고 싫어하는 신데렐라 장면에서 보여주는 역사 이야기를 했다. 내용을 더 풍성하게 감상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다음에도 신데렐라 관련 이야기로 찾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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