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다방면 자문현답행
나 하나 나간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다니
거만하고 미련한 선택이었다. 회사를 떠나는 건 마치 단골 식당을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 “나 없으면 여기 망하는 거 아냐?”란 착각과 “그동안 동료들과 좋았는데...”라는 정체불명의 의리까지 들고일어난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퇴사한 다음 날 여전히 잔칫집 분위기로 회식이 열린다. 다들 각자의 삶에 충실할 뿐...
사실 우리가 짊어진 책임감의 80%는 착각, 나머지 20%는 과로다. 사람이 과로가 오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법.
착각도 마치 기차역처럼 구간별로 방향과 순서가 있다.
정리하자면 4구간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망설임역 — 이번 역이 마지막일까?
솔직히 말하면… 퇴사 전까지 난 꽤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상사를 신격화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월요일 아침마다 뇌를 지배하던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할 때 항상 밝게 인사하는 예의범절부터
회의 때 적절히 고개 끄덕이며 상사의 자신감을 충전해 주는 리액션 담당까지.
나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는 줄 알았다.
한마디로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고 믿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이상하게 찝찝했다.
혹시... 정말 나 없이 힘들어지면 어떡하지? 다른 상사분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 현 답: 과도한 책임감은 자신을 힘들게 할 뿐,
그들은 연봉이 나보다 높다는 것을 잊지 말자!
두 번째
무탈역 – 내가 빠져도 회사는 잘만 돌아간다니까?
내가 퇴사하고 나서도 회사는 잘만 굴러갔다.
회의는 시간 맞춰 시작됐고, 야근하던 동료는 오히려 칼퇴를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내 자리에 앉았고, 내가 정리해 둔 폴더는 그대로 이어받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내가 쌓은 자료들이 이렇게 쓸모 있었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살짝 배신감도 들었다.
적어도 ‘잘 지내?’ 한 줄은 날아올 줄 알았는데,
도착한 건 통신사 요금 미납 안내 문자뿐이었다.
- 현 답: 착각은 자유지만, 생계는 강제다.
세 번째
내 삶의 중앙역 – 이제는 내가 주인공이다
나 자신에게는 꽤 큰 변화가 생겼다.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고,
그렇기에 나 하나쯤은 웃으며 살아도 된다는 걸 배웠다.
회사에선 부품이었지만, 내 삶에선 주인공이니까.
가끔은 지금도 묻는다.
“최선의 선택인 걸까, 앞으로 괜찮을까?”
그럴 때마다 속으로 대답한다.
- 현 답: 후회 없는 선택이라면 그게 최선의 선택이야
네 번째
해방역 – 퇴근 없는 삶, 첫날의 햇살
혼자 벽 보고 이불 킥하던 밤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 퇴근 없는 평일 오후에 느긋하게 걷는 햇살 아래서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까지 짊어지던 것들, 사실 꼭 내가 아니어도 괜찮았던 거였다.
그때서야 웃기 시작했다. 모든 원망은 의미가 없었다.
"그래,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어. 그럼 어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졌다.
출근 시간마다 회의 때마다 식은땀 흘리며 맘 졸이던 나에게
“수고했다, 이제 좀 쉬어라” 하고 위로해주고 싶어졌다.
- 현 답: 쉼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 잘 쉬고 잘 시작하자!
이번 화도 작가의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작가의 메시지
인생은 종착지가 아닌 환승의 연속입니다. '망설임역'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내 기차는 이미 떠났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죠. 나 하나 빠졌다고 세상이 멈추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떠난 자리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 도착할 곳에서 웃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임감에 눌려 사는 분은 그만 내려도 됩니다. 인생의 종착역은 아무도 정해주지 않습니다. 정해진 삶이 아닌 정하는 삶을 살아가시도록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직장인의 가장 설레는 금요일 밤을 위해 자정에 맞춰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예고
'자발적 vs강제 자발적' 퇴사 에피소드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