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더 자유로운 계절
낙엽이 더 자유롭게 굴러갈 때가 있다
나는 오늘도 제자리에서 굴러다니는 척만 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네, 알겠습니다”를 눌러 담는 입꼬리
그 안에서 내 속마음은 이미 퇴근 중이다
낙엽은 좋겠다
떨어지는 게 일이고
바람에 실리는 게 퇴근이라니
나는 붙잡히지 않으려
모서리까지 닳아가며 버티는데
낙엽은 그냥 ‘휙’ 하고 가버린다
그래도 가끔,
바람이 너무 세게 불면
그 낙엽도 길모퉁이에 쌓여
누군가의 발끝에 밟히겠지
그때 조금 위안이 된다
“그래, 너도 을이구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밟히고 나서도 향기 나는 게 낙엽이라면
그건 나보다 훨씬 나은 삶이다
가을은 그래서
갑이 아니라 을의 계절 같다
지기 위해 태어나도, 참 예쁘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