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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Sep 06. 2021

빵터진 단팥빵의 외침


과유불급은 옳았다.


1970년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하는 단팥빵은 우리에게 익숙한 추억의 빵이다. 특히 옛날 교복을 입은 남녀 고등학생의  빵집 데이트 장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테이블 위에 소복이 쌓여 있는 단팥빵과 우유는 그 시절 배경화면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때도 사랑받았던 옛날 감성의 맛을 가진 단팥빵을 남편과 아이들 역시 좋아한다.


단팥빵은 스테디셀러 빵임이 분명하다.


단팥빵을 만들 때는 미리 팥을 삶아서 팥앙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바쁠 때는 시중에서 파는  팥빙수 팥을 사용하곤 한다. 더 촉촉한 맛 느낄 수 있다. 주의점은 물기가 있기 때문에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수분을 날려줘야 한다. 옆에서 "팥 많이 추가요~"를 외치는 식구들 주문이 들어왔다. 중간 발효가 끝난 동글동글한 빵 반죽에 욕심을 듬뿍 담아보았다. 팥소를 꾹꾹 눌러 최대치를 넣었다. 빈틈없이 속이 꽉 맛있는 결과물을 확신했다.


오븐에서 나온 단팥빵에 웃음이 터졌다. 빵은 여기저기 빵빵 터져있고, 탈출을 시도한 팥알들은 빼꼼히 나와있었다. 욕심이 낳은 단팥빵 굴욕 사건이다. 역시 과유불급은 옳았다.

기본 레시피를 바탕으로 취향에 따라 각 재료들을 적당히 빼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나만의 레시피가 완성되는 것인데, 욕심을 과하게 부렸다.


그 어려운 '적당히'는 어느 정도일까?

'JTBC 슈퍼밴드 2'를 즐겨본다. 악기 천재들의 조합이었던 다비팀 등장에 기대감을 갖고 티브이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선곡은 The Weekend의 "Can't Feel My Face"였다. 우리 악기 대고와 클래식 기타로 시작되는 도입부에 전율을 느꼈다. 밴드와 국악의 조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곡이 진행되면서 흠잡을 데 없는 연주와 노래가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개개인의 장점들이 강하게만 표현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었다. 심사위원 역  과욕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멤버들의 실력과 역량은 최고였지만,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편곡에 나는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경연이라는 특성상 참가자들은 자신들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들을 매회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사평을 듣다 보면, 장점을 극대화하면 과하다고 하고 너무 힘을 빼면 밋밋하다고 한다. 참가자들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선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선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모와 자식관계, 부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숨 쉴 수 있는 만큼의 적당한 거리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가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과유불급과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는 늘 고민된다.




빵터진 단팥빵을 보면서 남편과 싸우다 빵 터진 일이 생각났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남편은 드라마 DVD를 열심히 사서 모았다. 나는 같은 드라마를 몇 번이나 본다고 돈을 들여서 사냐고 했고, 남편은 평생 볼 거라 계속 살 거라고 했다. 점점 서로의 톤이 높아졌다. 화가 났다.


"도대체 뭘 먹으면 너처럼 못 되지니?"라고 소리를 쳤다.


눈을 몇 번 끔뻑거리면서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던 남편의 말.


"음.... 니가 해주는 맛없는 밥?" 


입을 굳게 앙다물고 코 평수를 넓히면서 웃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빵 터져 버렸다,


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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