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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Aug 15. 2021

타르트의 포용력은 만렙이다.




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타르트는 눈으로 먼저 먹고 입으로 먹는 프랑스식 파이다.


밀가루, 버터, 계란 등을 섞어서 만든 반죽을 타르트 틀에 깔고 굽는다. 틀의 모양에 따라 구워져 나온 그릇 형태의 과자에 부드러운 크림, 과일, 견과류 등을 채운 후, 그 재료의 특성에 따라 다시 굽거나 그냥 먹으면 다.  구워진 과자 틀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재료 고유의 이름을 가진 타르트가 된다.


상큼한 딸기를 채운 딸기 타르트, 과즙 지는 귤 타르트와 자몽 타르트, 청량감을 주는 청포도 타르트, 고구마 타르트, 달콤한 초콜릿 타르트, 버섯 타르트, 브로콜리 타르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겨지는 재료들을 포용하는 넉넉함을 가진 디저트다.


밀가루 반죽으로 위를 덮지 않기 때문에 워진 식재가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솔직하고 투명하게 어떤 종류의 타르트인지 정체성을 밝힌다.


바삭한 파이의 맛을 우아하게 지키면서 각기 각색의 다양한 재료들을 융통성 있게 품어주는 타르트.

흉함 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타르트.

그런 타르트가 나는 좋다.



세상 좋은 인상을 가진 그 선배는 겉과 속이 달랐다.


어리버리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였다. 매사에 '버버벅' 버퍼링이 걸렸던 시기였다. 내 사수였던 선배는 그런 나를 위로해주었다. 잘하고 있으니 주눅 들지 말라고 다독여주었다. 나를 인정해주는 듯한 그녀의 말에 자신감을 얻었고, 아이디어 회의 시간에 조금씩 의견을 냈다. 반응이 좋았다. 


그녀는 내 아이디어가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했다.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회의 전에 본인에게 먼저 기획안을 보여달라고 했다. 완성도를 높여주기 위해 애써주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회의 시간이었다.  선배는 눈을 반짝 반짝이면서 전날 내가 건네준 기획안을 토씨 하나 꾸지 않고 발표했다. '어어어? 뭐지? 대신 어필해주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의 이름을 말하며 마무리했다. 눈 껌벅 거리는 동안 나의 것은 그녀의 것이 되어있었다.


 이가 없고 당황스러웠지만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 당시의 나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웠었고, 내편이 아직은 없었던 조직의 막내였다.


회의가 끝나고 그녀는 말했다. 신한 아이디어가 영향력이 적은 내가 발표하면 묻힐까 봐 그랬다고. 그녀는 달변가였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비슷한 일이 있었다. 힘없는 후배의 아이디어를 슬쩍슬쩍 훔쳐가는 그 선배를 보면서 사회생활이 녹록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녀의 보여지는 겉모습과 숨겨진 속은 달랐다.



언어의 장벽이 날 음흉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나 보다.

독일 친구 모니카는 오해했다고 했다. '저 아시아인은 왜 항상 웃지? 속에 뭘 감추고 있는 걸까'라고 의심했다고. 그래서 처음엔 거리를 두었단다. 서로 알게 된 지 일 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말했다.

 "넌 그냥 잘 웃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어."


독일에 살면서 독일어를 뜨문뜨문 알아듣던 시기였다. 언어의 기본적인 기능인 소통이 어려웠던 때였다. 난 그저 '웃는 얼굴에 침 뱉겠어?'라는 생각으로 어색한 웃음으로 때웠었다. 그런 내 모습이 모니카에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비쳤던 모양이다. 늘 진지한 모니카는 미간을 찡그리며 나에게 충고했다.


"너처럼 속이 다 보이면 사람들이 그걸 이용할 수도 있어."


인간은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의지하며 포용해주는 관계도 있고, 나를 지칠 정도로 힘들게 하는 관계도 있다. 특히 누군가를 이용하려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불편함과 혼란 있을 뿐이다.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타르트.

제각기 특성이 다른 다양한 재료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타르트.

타르트처럼 이렇게 슬기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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