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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Mar 21. 2024

불안_알랭드 보통

지위에 대한 야망, 아니 사랑받고 싶은 욕망?


 오랜만에 다시 도전한 비소설, 예전에 겉 훑기 식으로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 독서모임을 하며 다시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 (새삼스럽게 그때 대충 읽었다는 걸 깨달았다.. 기억나는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하하.)

 이 책은 대학교 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읽었던 책인데, 사실 이런 책을 읽으면 읽는 동안도 어렵지만 다 읽고 나서 생각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1. 주요 내용

 우리는 왜 불안한가? 불안이란 왜 일어나는 것이며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알랭드보통의 분석.

다양한 종류의 불안 중, 이 책에서 다루는 불안은 '지위불안'이다.


<원인>

1. 사랑결핍

 우리가 지위를 얻으려고,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결국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은 그곳에서 물질이나 권력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 명성, 영향력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사랑의 상징으로서-그리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더 중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15p


2. 속물근성

 속물이란 편견을 드러내고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사람들을 뜻하며 그들의 존경대상은 계속 변화한다. 

속물은 독립적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 데다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한다. 따라서 언론의 분위기가 그들의 사고를 결정해 버리는데, 그 수준은 위험할 정도다. 33p

 그러나 우리는 속물근성을 가진 개인을 탓하기 전에 우선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았는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구를 산 사람을 비웃기보다는 그들이 살았던 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식장을 구매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보람 있는 일이라고 느끼도록 상황을 조성한 것이 그 사회이기 때문이다. 38p


3. 기대

 평등사회가 도래한 이후 더 나은 삶과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열망과 그런 삶에 대한 기대가 사람들을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 법칙일 때는 아무리 불평등한 측면이라도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대체로 평등해지면 약간의 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 그래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이 종종 묘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혐오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65p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 80p


4. 능력주의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했을 것이다, 부자는 사회에 쓸모 있는 자이다.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즉, 가난한 자들은 게으르고 어리석다.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 체제의 가혹함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직업 선택 기회를 가진다면, 수입과 위신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개인의 재능과 약점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략) 특권은 능력을 따라가고, 곤궁도 마찬가지였다. 102p


5. 불확실성

 재능은 영원하지 않으며 운이라는 것이 작용하고, 우리의 지위문제는 고용주에게 달려있다.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업적 체제의 논리 때문에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임금에 의존하는 모든 노동자의 삶에서는 불안이 떠날 수가 없다. 134p


<해법>

1. 철학

 우리의 지위는 타인의 태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을 통한 자기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다수의 의견에는 혼란과 오류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중략) "여론은 모든 의견 가운데 최악의 의견이다." 153p


2. 예술

 비극

더 많이 아는 것은 곧 더 많이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198p
비극은 실패나 패배에 대한 단순화된 관점을 버리게 하고, 우리 본성의 풍토병과 같은 우둔과 일탈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200p

 희극

유머는 불만을 제기하는 데 특별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겉으로는 즐거움만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은근히 교훈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208p


3. 정치

 어떤 사람들이 존경받는가, 어떤 이들이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가. 

이상적인 지위는 오래전부터 계속 바뀌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227p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생존에는 모자라지 않는다 해도 공동체의 소득에 비해 현저하게 뒤처지면 언제나 가난에 시달리게 된다. (중략) 공동체의 심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다." 233p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249p


4. 기독교

 다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 대신, 모든 것이 사라지는 폐허를 상상하는 것이 더 좋다. 결국 모든 것은 소멸하기에 그 무엇에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 세속적인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 때문에 괴로워하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너무 크게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293p
세속적 권력이라는 불안정한 보답을 얻으려고 마음의 평화를 포기하는 어리석음. 292p


5. 보헤미아

 높은 지위와 부는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355p
지위에 대한 요구는 불변이라 해도, 어디에서 그 요구를 채울지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 356p




2. 생각하기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정의에서 지위불안만을 이야기하기에 물음표가 생겼었다. 나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지만 지위를 갈망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인파트에 들어가면서 그 의문이 해소되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사랑받기 위함이었다.

 어쩌면 결국 이는 단순한 욕심이나 야망이 아닌, 생존본능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하니까. 


 마찬가지로 같은 이유에서 우리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속물근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강해서 그렇지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속물이라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현재 명예와 부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과열시키는 건 대중매체들과 근사한 삶을 전시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만 같은 SNS들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모두 매 시간 매 분 매 초 들여다볼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기사,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휩쓸릴 곳이 너무나도 많다. 결국 불안이 개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생각해 보면 <멋진 신세계>에서도 <1984>에서도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불행했고, 아무것도 모른 채 주어진 것에 순응하는 사람들은 행복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때로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르는 게 약일까 아는 것이 힘일까.


 아무튼, 지금은 능력주의사회이다. 우리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는 '당신도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하지 않는가!'라고 외친다. 그렇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정말 가능한 문제일까?

 우리에게 이전보다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공평한가는 다른 문제이다. 평등을 공평과 같게 봐서는 안된다.  계급은 사라졌지만 그것이 이 세상이 공평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모두가 동일한 의무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부모의 재력으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폭은 차이는 엄청나다. 타고난 능력도 재능도 다 같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나의 지위를 유지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위는 성취에 의존한다. 얻기 전에는 이루지 못할까 봐, 얻은 후에는 잃을까 봐 항상 불안하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100%란 없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말도 사라졌다.  AI기술의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쓸모가 대체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사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꽤나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해법파트를 살펴보자.


 처음에는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말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렵다. 과거 철학자들이 많이 존재하던 시기와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이들에게는 인생에 대해 고뇌하고 사색할 여유가 충분하지 못하다. 독서를 통해 옛 철학자들의 지혜를 조금씩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보려는 노력은 할 수 있겠으나, 스스로가 철학자가 되기에는 방해물이 많다.


 다음으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술파트가 마음에 들 것이다. 우리가 비극적인 이야기를 접할 때 보통 그 인물의 입체적인 면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무작정 덮어놓고 욕하다가도 나중에 가서는 약간의 안타까움이나 연민정도는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악인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이것이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며,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위불안을 느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사회의 기준, 그리고 그 기준을 따라가지 않으면 실패자가 되는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여기서 해방되어 자신만의 기준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독교 파트는 종교가 없더라도 이해하기 쉽다. 사람들은 종종 넓은 우주 속에서 나라는 인간은 겨우 먼지 한 톨이나 다름없는 사소한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위로가 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종교인들의 입장에서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보헤미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방랑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보헤미안들의 사고방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에 인상 깊었다.


 어려운 부분들도 많고, 번역의 문제인지 쉽게 읽히지 않는 구간들도 있다. 게다가 해법이라는 단어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전개에 힘이 빠지기도 했다. 이 책에는 '불안을 해결하려면 이렇게 하세요!'와 같은 모범답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주고 선택은 독자에게 남기고 떠난다. 


 원인에서, 지위불안을 겪게 되는 것은 나약한 개인의 탓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해법에서는, 우리에게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자면 개인의 선택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이며 집단적으로 만들어진 문제의 해결방법은 결국 개인의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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