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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May 27. 2024

꿰맨 눈의 마을_조예은

괴물은 누구인가, 당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안전가옥 쇼트로 나왔던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인상적으로 봤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려던 찰나에 가볍게 읽기 좋은 얇은 책이 나왔길래 바로 도전!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소설 3편과 작가의 에세이 1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는 것이다. 트리플 시리즈. 

위픽도 그렇고 트리플도 그렇고 요즘은 가볍게 한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포맷의 책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나는 수집욕이 있는 사람이기에.. 또 이런 걸 보면 시리즈를 전부 읽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항상 욕심만...ㅎㅎ 우선 사둔 다른 책부터 읽고 생각하기로 하자.)







1. 이야기

"나도 너와 같아. 우린 괴물이 아니야."


 2066년 6월 6일, 인류는 멸망했고 '저주병'이 생겨났다.

있으면 안 될 곳에 눈이, 입이, 팔이 생겨나는 끔찍한 병이었다.


 사람들은 저주병에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타운'을 만들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이 병에 걸리면 모습이 흉측하게 변하다가 종국에는 괴물이 되어 다른 이들을 잡아먹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규칙을 세웠다. '얼굴이 아닌 곳에 이목구비가 발견되면 신고하라.'

 신고된 자들은 독이든 파이와 함께 타운에서 추방된다. 그들에게는 마지막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타운 밖 황야에 있을 미지의 괴물들에게 잡아먹히거나, 독이 든 파이를 먹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2. 생각하기

 괴물은 누구일까, 누가 만들어내는 것일까? 타운에서는 안전을 위해 변이가 시작된 사람들을 추방한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괴물이 도사린다는 황야로 내쫓는 이들은 괴물이 아닌가?


 세 편의 이야기는 시간순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꿰맨 눈의 마을>은 주인공 '이교'가 친구 '램'이 추방당한 이후 겪게 되는 변화를, <히노의 파이>는 문지기이자 이교의 삼촌인 '백우'의 어린 시절을, 마지막 <램>은 타운에서 추방당한 '램'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나도 너와 같아. 우린 괴물이 아니야.'(46p) 사실 램만 저주병에 걸린 것이 아니었다. 이교는 태어날 때부터 저주병에 걸린 상태였다. 등에 생긴 눈을 꿰맨 채로 숨기면서 살아왔을 뿐. 그러나 이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괴물'이 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었다. 


 타운은 사람들을 괴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벙커가 아니라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없게 가둬버린 우물인 셈이다. 나와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눈을 가리고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평화 속에서 평생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으니.

 어쩌면 꿰맨 눈이란, 이교의 등에 있는 눈을 가리킴과 동시에 스스로 자신의 눈을 가려버린 타운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일지도 모른다.


 변이가 일어난 자들을 추방하는 문지기의 아들 '백우', 독이든 파이를 만드는 조리사가 데려온 아이 '히노' 타운 안에서 살고 있지만 타운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시간상 과거편인 <히노의 파이>이다. 타운 사람들은 저주병에 걸린 사람들만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문지기와 조리사라는 역할을 만들어 놓고 그들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우리는 언젠가 황야 너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널 위한 쿠키를 구워둘게.' (133p) 어느 날 히노의 등에서는 날개와 같은 손이 자라났다. 결국 히노는 백우가 자신을 버리게 하고 싶지 않다며 그를 떠났다. 백우는 그런 히노를 떠올리며 히노의 레시피로 파이를 만든다. 3편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마지막 이야기인 <램>은 <꿰맨 눈의 마을>에서 추방당했던 이교의 친구 '램'의 이야기이다. 램은 문지기가 건네준 파이를 먹었지만 죽지 않았다. 죽지 못한 램은 살아남기 위해 황야를 탐험한다. 그러다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한다. "비행기 꼭 타봐." (60p) <꿰맨 눈의 마을>에서 백우가 이교에게 말했던 바로 그 비행기다. 비행기는 존재했다. 타운 밖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다.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이 항상 진실은 아니다. 

 내가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 눈을 실눈 뜨듯이 살짝만 떠보는 것은 어떨까?

 

 



3. 물음표

괴물은 누구인가?
당신이 추방당했다면, 독이 든 파이를 먹을 것인가?
당신의 눈을 꿰맨 것은 무엇인가?














램을 잊는 건 이제 램을 기억하는 모두가 해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니." 
최선을 다하는 게 어떤 최악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한번 중독된 거짓말은 너무 끈끈해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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