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반격'할 것인가 '현실'을 따를 것인가
추구하는 '반격'과 '현실'의 비율은?
나에게 '정진'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내가 해 본 '반격'이 있다면?
그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언제나 동질감과 위로를 느꼈지만 실은 그 동질감이야말로, 내가 가장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지환은 현실을 영리하게 따르라고 강조했고 규옥은 현실에 균열을 일으킬 용기를 가져보자고 했다. 정반대에 놓인 두 개념에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쪽이든 마주하긴 괴롭다는 거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만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다. 이 작은 공원에도 돌아야 하는 방향이 있다. 그 방향을 어긋나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생각 없는 사람이 되는 거다.
"우리는 모두 보잘것없다는 것. 정말로, 하찮기 그지없는 존재들이죠. 특별한 척해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누구나 아등바등 살아가요. 어떻게든, 그저 존재를 확인받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