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서 후배에게 말했다. AI를 잘 쓰는 건 물어보는 게 아니라 창조를 하는 거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후배는 진짜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코딩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창조를 시작하면 진짜 달라진다.
일단 사고방식이 바뀐다. 예전에는 불편한 게 있으면 "참거나 적응하자"였다. 이제는 "이거 내가 만들면 되잖아?"가 된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거다. 길을 걸으면서도 "이건 이렇게 바꾸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그리고 AI와 대화하는 방식도 바뀐다. 예전에는 "이거 알려줘"였다면, 이제는 "이런 구조로 이런 기능을 만들어줘"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AI를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파트너로 쓰게 된다. 이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 자신감이 생긴다. "나도 만들 수 있구나." 이 감각은 한 번 느끼면 돌아갈 수 없다. 3편의 후배가 정확히 그랬다. "창조가 뭐죠?"라고 막막해하던 사람이 지금은 스스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창조하라는 말은 지금도 맞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만들어본 경험과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생각과 사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바이브코딩 커뮤니티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강하게 든다.
대부분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창조는 맞다. 근데 창조에 함정이 있다.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다들 뭔가를 만들고 있다.
진짜 폭발적으로 늘었다. 매일 올라온다. "이거 만들어봤습니다." "앱 출시했습니다." "MVP 완성했습니다."
패턴은 거의 다 비슷하다.
일상에서 불편한 걸 발견한다. "이거 좀 더 편하게 할 수 없나?" AI한테 시켜본다. 진짜 만들어진다. 감동한다. "이거 앱으로 출시하면 사람들이 쓰겠는데?" 구독 모델을 붙인다. 마케팅을 고민한다.
그 사람들을 보면 1년 전의 내가 보인다.
AI ERP가 딱 그거였다.
"기업들이 회계 때문에 불편해하네."
"AI가 자동으로 전표 쳐주면 좋겠다."
"만들어보자." "이거 SaaS로 출시하자." "법인 내자." "정부 지원받자."
8개월을 매일 새벽까지 만들었다. Vertex AI 연동하고, 실시간 은행 데이터 연결하고, 세금계산서 처리하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그 시스템을 들고 영업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끝이 보인다.
명확하게 보인다.
그래서 나는 2달 전에 이미 끝났다고 느꼈다.
끝나고 나서야 보였다. 내가 "만드는" 굴레 안에 있었다는 걸.
만드는 쾌감. 이게 함정이다.
AI가 내 말을 듣고 뭔가를 뚝딱 만들어주는 그 감각. 중독성이 있다. 코딩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프로그램을 만든다. 세상이 바뀐 거다.
쾌감을 맛본 바이브코더는 잠을 줄이고 새벽까지 만든다.
그런데 그 쾌감이 자연스럽게 이 길로 이끈다.
"이걸 서비스로 만들자."
"앱스토어에 올리자."
"수익을 내자."
"사업을 하자."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굴레에 들어가는 거다. 창조를 하다 보면 서비스를 만들게 되고, 서비스를 만들면 대부분 SaaS가 되고, SaaS가 되면 SaaSpocalypse의 문제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AI를 쓰지 않고 있다. 3편에서 썼듯이, 내 주변도 아무도 안 했다. 그래서 지금 뭔가를 만들어서 배포하면 쓰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AI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신기하니까.
근데 이걸 1년 뒤에도 쓸까?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면, 그 사람들도 직접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앱 불편한데 내가 AI한테 시켜서 더 나은 거 만들지 뭐." 이렇게 되면 그 서비스의 가치는 급격히 흔들린다.
4편에서 SaaSpocalypse를 썼다. 400조 원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고. 남이 만든 소프트웨어에 돈을 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는 시대에서 만들어 쓰는 시대로 전환된다고 썼다.
AGI까지 1~2년이라고 본다면, 지금 만드는 많은 서비스는 1~2년 시한부다. 불편한 거 하나 해결하는 수준의 앱은 AI가 5분 만에 알아서 만들어버리는 시대가 온다. 그때 그 앱의 가치는?
무료면 써볼 수 있다. 근데 매달 구독료를 내면서까지?
나는 점점 아니라고 확신한다.
왜냐면 AI가 이제 임계점을 넘었다. AI 코드 모델이 자기 자신을 개선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얼마나 빨리 발전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25년 초 바이브코딩과 지금을 비교하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방면에서 상상도 못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1편에서 썼다. 커서로 한 줄씩 시키던 시대에서 불과 몇 달 만에 기능을 던지면 만들어주는 시대로 넘어갔다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때와 또 차원이 다르다.
이 속도 앞에서 "불편한 거 찾아서 앱 만들어서 구독료 받자"가 버틸 수 있을까?
창조는 가능하다. 하지만 창조를 돈벌이와 연결하려는 순간, 시한부 굴레에 들어가게 된다.
바이브코딩 커뮤니티에서 앱 출시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그 경험 자체는 분명 값지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의 끝이 보인다.
그래서 지금 나는 시점을 바꿨다.
만드는 게 아니다. 어느 길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아직 답을 완전히 찾지는 못했다.
확실한 건 하나다. "불편한 거 찾아서 앱 만들어서 수익화 하자"는 이제 답이 아니라는 것.
기존과는 다른 사고와 시각을 가지고 찾아야 한다.
나도 AGI시대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혼자 머리 싸매고 앉아 있지 않는다.
2편에서 이야기했던 난상토론 시스템 — 낙관론자, 비관론자, 분석가, 결정자 — 이 AI 페르소나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내가 던진 주제를 두고 반복해서 토론한다.
서로 다른 관점으로 부딪히고, 검증하고, 다시 정리한다.
나는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놓친 것을 보고, 내가 아직 모르는 답의 방향을 찾는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바이브코딩의 쾌감에 빠져 있다. 뭔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신기함에.
거기서 한 단계 뛰어넘어야 한다.
뭘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이 시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ZeroInput — AI 시대의 경계에서 직접 부딪혀본 것들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