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AI 써보라고 1년을 말했다. 아무도 안 했다.

by ZeroInput

나는 1년 넘게 주변 사람들한테 AI를 써보라고 말했다.


와이프, 친한 친구들, 사회 동료, 후배. 만날 때마다 말했다. "AI 진짜 써봐. 세상 바뀌고 있어."

결과부터 말하면 — 아무도 안 했다. 딱 한 명 빼고.


가장 가까이 있는 와이프. 내가 매일 새벽까지 AI로 시스템 만드는 걸 옆에서 봤다. 법인 내는 것도 봤다. 2달 전에 끝나는 것도 봤다. 다시 일어나서 자비스 만드는 것도 보고 있다.

일반 사람들보다는 훨씬 많이 알고 있다. 깨어 있다.


하지만 아이를 케어하고, 살아가는 게 급급하다. AI를 직접 써볼 여유가 없다. 전형적인 일반 사람들의 현실이다.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현실이 더 급하다.


친한 지인들. 내가 AI로 뭘 만들었는지, 사업체를 냈는지, 다 이야기했다.

반응은 항상 비슷했다.

"신기하다."

"AI 시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궁금해."

오픈클로가 나온 날, 직접적으로 말했다. "이거 세상 기하급수적으로 바뀔 거야"라고.

전혀 와닿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질문은 이거였다.

"그래서 AI 시대 뭐 해야 하나요?"

"어떤 주식 사면 되나요?"

AI를 경험해 보겠다는 게 아니다. AI 시대에 뭘 "사면" 되는지를 묻는 거다. 직접 올라타는 게 아니라, 관전석에서 베팅하려는 거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뉴스나 유튜브에서 AI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은 보인다. "맥미니 한 대 사볼까" 한다. "오픈클로가 그렇게 좋다는데 한번 해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다"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생각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 한 달이 지나도,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게 있다.


나도 제대로 말해주지 못했다.

AI를 써보라고는 했다. 하지만 뭘 어떻게 써야 한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도 바이브코딩으로 뭔가 세상에 없던 걸 만드는 중이라는 착각 속에 있었으니까. "나는 AI로 서비스 만들고 있어, 너도 해봐"라고 했지만, 그건 그냥 자랑에 가까웠다.


"프로그램을 만들어봐"라고 했지만, 그 사람들이 당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때는 바이브코딩의 품질도 지금 만큼이 아니었다. 작업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서 넣어야 했고, AI가 만든 코드가 다른 코드를 부수기도 했다. "만들어줘"하면 만들어주는 품질이 된 건 정말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 내가 만든 서비스가 구시대적인 산유물이 되고 나서야, 나는 더 큰 시각으로 AI를 볼 수 있었다.


실패하고 나서 다른 눈이 열렸다. 뭔가를 "만드는" 관점이 아니라, AI 시대를 "읽는" 관점. 그때 비로소 주변 사람들한테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현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런데 딱 한 명이 달랐다.


사회 후배였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캐치하는 친구였다. AI 시대에 대해 항상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걱정만 하고 있었다.


이 후배한테 이야기한 건 내가 실패한 이후였다.


그래서 달랐다. 예전처럼 "나는 이런 거 만들고 있어, 너도 해봐"가 아니었다. 실패를 겪고 나서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AI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지금 뭘 해봐야 하는지. 착각이 아니라 현실을 말해줄 수 있었다.

그 후배의 성격도 있었겠지만, 내가 경험해 봤기 때문에 "너는 지금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야"를 말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후배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다.


AI를 잘 쓰는 건 뭔가 물어보는 게 아니라고. 창조 활동을 해야 한다고. 네가 살아가면서 불편하거나,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거라고.


후배가 물었다. "창조요? 그게 뭐죠? 뭘 만들라는 거죠?"

막막해했다. 당연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 없는 사람한테 "만들어봐"는 막막한 말이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불과 2달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AGI 시대가 5년에서 20년 사이에 올 거라고 했다. 나도 그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으로서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최소 5년은 있을 거라고.


그런데 클로드 코드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AI가 정말 코딩을 잘하게 됐다. 그것도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수준으로. 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 사람들조차 이미 AGI 시대가 온 걸 상당히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최소 5년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을 1년, 길어야 2년으로 줄여버렸다. 그 범인이 클로드다.


그래서 후배한테 말했다. "이걸 한번 써봐."


후배는 클로드가 뭔지도 몰랐다. ChatGPT와 제미나이는 써봤지만 클로드는 처음이었다.


써봤다.

반응이 왔다.


"진짜 좋네요...! 코드 짜주는 거 너무 훌륭하고 돈값하는 듯해요. 알려주신 날 기대 조금 하고 써봤는데 진짜 진짜 최고네요."

진정한 바이브코딩을 경험한 거다. 말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너무 신기한. 그런데 너무 잘 만들어지는 경험.

그리고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막해하던 "창조"가 현실이 됐다.

지금 그 후배는 업무에 적용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코딩을 배운 게 아니다. AI한테 말해서 만들고 있는 거다.

그러면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창조가 어렵지 않다는 걸. 그런 활동과 생각과 사고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점점 깨우치고 있다.


이 두 부류의 차이가 뭘까.

걱정만 하는 사람과, 막막하지만 해보는 사람. 차이는 능력이 아니다.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해봤느냐, 안 해봤느냐. 그게 전부다.


그런데 왜 안 하는 걸까. 진짜로.

나는 오랫동안 이게 궁금했다. AI 채용공고까지 나오는 세상인데. Microsoft가 AI한테 사번을 주는 세상인데. 왜 "생각 중"에서 멈춰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이유가 보였다.

모르는 게 아니다. 뉴스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주변에서 나 같은 사람이 떠들기도 한다. AI가 대단하다는 건 안다.


문제는 체감이 안 된다는 거다.

AI가 코드를 짜준다는 걸 들어도, 직접 "만들어줘"라고 말해서 프로그램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걸 안 봤으면 모른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걸 들어도, 자기 업무에서 AI가 자기 일을 하는 걸 안 봤으면 남의 이야기다.


뉴스로 보는 AI와 직접 경험하는 AI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마치 수영을 유튜브로만 본 사람과 물에 들어가 본 사람의 차이와 같다. 아무리 설명해 줘도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모른다.


그래서 "생각 중"이 되는 거다. 체감이 안 되니까 긴급하지 않다. 긴급하지 않으니까 내일로 미룬다. 내일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1년이 된다.


그런데 무서운 건 이거다.


AI는 인간의 "생각 중"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5년이라는 시간이 있을 거라는 전문가의 말과 그에 대한 믿음. 그렇게 8개월 동안 만든 내 시스템이 AI 모델의 발전과 새로운 기술로 2달 전에 끝났다. 그게 AI의 속도다. 인간이 "해볼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AI는 세 번을 진화한다.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 그 사이에 AI 모델이 두 번 업데이트됐다.

"맥미니 사볼까요." — 그 사이에 새로운 AI 코딩 도구가 세 개 나왔다.

"오픈클로 한번 깔아볼게요." — 그 사이에 오픈클로는 이미 다음 버전이 나왔다.


AI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AI에게 1개월은 인간의 1년보다 훨씬 길다. 인간이 "준비 중"인 동안 AI는 이미 저 앞에 가있다.


그래서 진짜 일어날 일을 이야기하겠다.


어느 날 회사에 출근한다. 옆자리가 비어 있다.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한다. AI가 그 사람의 업무를 대체했다고 한다. AI를 잘 사용하는 1명의 직원이 10명분의 일을 하게 된다.

거래처에 전화한다. "그 회사 문 닫았어요." AI 기반 서비스에 밀려서 경쟁이 안 됐다고 한다.

뉴스를 켠다. "AGI 도달 선언." 전문가들이 말한다. "AI가 인간 수준의 범용 지능에 도달했습니다."


이게 SF 영화 시나리오 같은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2달 전까지는.


하지만 AGI까지 최소한 5년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이 1년으로 줄어드는 걸 직접 봤다. 2달 전 일반적인 사고로 생각할 수 없는 기술이 나오고, 그 순간 내가 8개월간 만든 시스템은 구시대적 산유물이 되는 걸 직접 겪었다. AI의 속도를 몸으로 아는 사람으로서 말한다 — 위의 시나리오는 SF가 아니다. 타임라인의 문제일 뿐이다.


그때가 되면 "해볼까 생각 중"이 아니라 "왜 안 했을까"가 된다.


걱정만 하고, 생각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나도 그랬다. AI로 뭔가를 만들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실패하고 나서야 눈이 열렸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2편에서 말했다. 늦었지만 그래도 늦진 않았다고.

지금이 그 "늦지 않은" 마지막 구간일 수 있다.






ZeroInput — AI 시대의 경계에서 직접 부딪혀본 것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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