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고장 났었다.
오래전에 산 거라 부품이 단종되어 수리도 안되고 새로 구입했어야 했다. 아무 때나 내 의지대로 볼 수 있는 것과 아예 볼 수 없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집에 오면 왠지 허전하고 우울해지는 느낌이다.
꼭 있어야 하는 필수품은 아닌데 뭔가 나만 정렬에서 이탈한 듯하다.
친구와 통화할 때면 '아직도 안 샀어? 티비는 있어야지'라며 필요성을 강조한다. 사긴 사야 할 것 같은데...'
한편으론 'tv없이 살아보는 건 어떨까 '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쓸데없는 거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도전해보고 싶었다. 가끔 덜 보자란 의미로 tv에 천을 둘러놓기도 했었다.
요즘은 tv가 아니어도 다른 여러 방식을 통해서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본다는 장점도 있고, 쓸데없이 tv를 켜놓는 습관도 없앨 수 있다. 그렇게 지내기를 두어 달...
나름 버티며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문득 드는 일말의 허전함이 나를 일깨웠다.
결국 '일단 tv는 구입하자'란 생각에 도달했다.
보통 일 끝나고 집에 왔을 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그럴 땐 간단히 리모컨만 눌러 멍하니 화면을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런 편한 시간이 그리웠던 것 같다.
드디어 전의 것보다 조금 더 큰 tv를 맞이하고 말았다. 좀 더 선명한 화질에 큰 사이즈의 화면을 보니 사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tv를 조금 멀리 하겠단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얼마 동안은 tv가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에 빠져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능동적인 나만의 시간이 아닌 그저 정적인 오락의 시간들로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자기 전엔 핸드폰 보는 시간까지 더해진다. 오락은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도 모르게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
조용한 정적의 시간을 더욱 못 견디게 만든다.
차라리 tv가 없을 때가 더 나았던 것 같다.
그때는 아쉬울지언정 그것대로 그냥 받아들이고 '나'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나의 의지가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정적이 싫으면 듣기 좋은 크리스마스 음악을 틀어놓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에만 tv를 켜고, 괜히 인터넷 영상을 눌러보기 전에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 등등...
한 템포 늦추는 게 필요하다.
편리한 것에 너무 매몰되면 그것에 나의 생각과 의지, 소중한 시간마저 빼앗겨버리고 만다.
잠시 멈추어 나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뭐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