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다
데이트 통장, 더치페이 연애, 반반결혼 등
시대가 변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이 용어들에 나는 한동안 적응되지 못했다
나는 연애를 할 때 내가 더 많이 내는 편이었다
좋은 걸 해주고 싶고, 같이 먹어줘서 고맙고
같이 가줘서 좋았던 기분에서였다
요즘은 이런 걸 호구의 연애라고 한다
요즘 말하는 연애, 사랑이란
한 달에 몇십만원씩 하나의 통장에 돈을 모아서
그 통장의 카드로 데이트를 하는 데이트 통장을 보편적으로 이야기하고
결혼도 역시 집을 사면 혼수를 하는 시대가 아니라 반반씩 부담하는 반반결혼을 의미하는 듯 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상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니까
서로 부담 없이 오래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사랑을 돈으로 계산하고, 상대에게 내가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는 이러한 연애를 지양한다
사랑은 시간, 돈, 노력을 쏟는 행위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정확히 반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시작하고 이어갈 때 누군가 한 명은 더 좋아하는 쪽이 생긴다
그렇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어느 날은 더 좋아졌다가, 덜 좋아졌다가, 다시 좋아지길 반복하며 연애는 이어진다
내가 밥을 샀다고 다음번에는 상대가 밥을 사야 하는 법은 없다
밥을 사주는 ‘사랑의 마음’을 받았다면
꼭 밥을 사주는 것으로 갚거나 그 금액만큼 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내가 느낀 그 ‘사랑의 마음’ 크기만큼
표현하고 전달하면 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쉬운 걸 왜 사람들은 돈으로만 평가하는지 모르겠다
밥을 사면 커피를 사야 한다던지
이번 기념일을 내가 지불했으니 다음 여행은 네가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은 연애, 사랑이 아닌 거래이다
내가 그 사람과 먹은 밥을
돈이 아닌 사랑으로 생각한다면
상대도 역시 그 사랑을 돈이 아닌 다른 형태로 돌려주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연애를 하며 서로가 꼭 나눠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고양이를 사랑한다
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토해도
토한 사료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네 건강에 무리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먹고 토해도 되지만, 그래도 언제든 다시 사료를 먹으라고 한다
아예 안 먹는 게 더 안 좋은 상황임을 알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나를 믿고, 나에게 사랑의 표현을 구한다
그리고 나에게 본인의 표현 방식대로 사랑을 전한다
나는 이것에 충분히 사랑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저 건강하기만 하라고 한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만 있어달라고 한다
농담 반 진담 반 천년만년 같이 살자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다를까
내가 주는 사랑이, 사랑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쓴 밥값만큼 또는 선물의 가격만큼
똑같이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여 나에게 사랑을 줄 것이다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나는 그런 연애를 바란다
내가 힘들 때 힘든 시간을 지켜주며 나를 달래주고
다시 회복하고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며
나의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을 위해 움직여주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챙겨주어 감동을 주는
그런 사랑의 마음들은 도대체 어떤 물질적 계산으로 보상할 수 있는가?
이러한 사랑은 어떻게 반반으로 보답할 수 있는가?
데이트 통장으로 채워질 수 있는 마음인가?
나를 호구로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그들을 떠나면서 그 순간에는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 만큼은 적어도 사랑을 돈으로 계산하지 않는 세상에 남게 되었다
나와 같은 세상에 있을 누군가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