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도 괜찮다

내가 원하는 죽음

by 페이퍼


삶이 찬란하게 빛난 다음

죽음은 어떻게 되길 바라는가?

나는 내가 고독사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명치료를 위해 목과 코에 호스를 연결한 채

흐릿한 의식 속에 가족들의 흐느낌과 목소리를 담아 저세상으로 가는 평온한 죽음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큰 고통 없이 자다가 숨이 멈추었으면,

딱 3일만 앓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많다

주변의 사람들을 너무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죽음을 생각할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고독사를 상상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절대 최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죽음의 형태일 뿐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죽음은

어느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침대나 무언가에 묶인 채

의식과 숨이 흐릿해져 나의 말과 생각을 전달하지 못하고 그저 누운 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손길을 받으며 어느 날 가버리는 죽음이다


나는 그런 죽음이 싫다

차라리 고독사를 할지언정

요양원과 병원에서 주사와 호스에 연결된 육신을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서서히 꺼져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원하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내 부모님의 죽음부터 그분들의 뜻대로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요양원과 병원에서 돌아가시면서 어머니는 집에서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해 말하셨다


내 집에서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죽음...

그러나 만약 고통이 온다면?

마약성 진통제로만 다스려야 하는 고통에서도 내 집에서 맞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가능할까?


아직은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머니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가는 길은 외롭다

쓸쓸하고 허무하고 고통스럽다

남은 이들에게 최소한 폐를 끼치지 않고 싶고

죽음 뒤에도 내 육신은 잘 보존되어 깨끗한 장례를 치르고 싶겠지만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되는가


나는 혼자 늙어서, 혼자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차가운 겨울일지 무더운 여름일지 그것은 모른다

그러나 죽은 뒤 부패가 덜 일어나도록 날씨가 추운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죽는 그 순간, 내 옆에는 누가 없을 것이다

나의 바람은

죽은 내 육신 옆에 챙기지 못한 다른 생명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나의 집과 내 주변 환경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연사를 꿈꾼다

사고로, 범죄로, 혹은 심장마비로

준비하지 못한 채 내가 죽음을 맞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고독사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고독사는 최악이 아니다

혼자 살아온 사람의 자연스러운 죽음의 형태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자신이 바라는 형태로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

사고나 범죄나 심장마비 같은 죽음 말고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결정할 수 있고

언제나 그것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급발진을 멈추게 하는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