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걷는 시간
얼마 전 지인에게 쿠키와 빵을 선물 받고
감사한 마음에 예쁘게 찍은 사진을 답장으로 보냈다
이렇게나마 보답하고 싶었다
얼마 전 케이크를 회사에서 받았는데
나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
그래서 맛있게 드시라는 작은 메모를 넣어
옆집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아무래도 1인 가족인 나보다는
3인 가족인 옆 집이 더 잘 드실 것 같아서 드렸는데
며칠 뒤 우리 집 문을 두드리더니
옆 집에서 귤을 한 봉지 주시는 게 아닌가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집에 살고 있어 기쁘다
넘치는 물건이 없어서일까
우리 집은 언제나 이렇다
혼자 사는 15평 아파트는
방금 막 세수를 한 것 같은 맑은 얼굴로 나를 기다린다
정돈된 공간은 예측 가능하다
문 밖의 세상은 늘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가지만
집은 있어야 할 물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그 점이 내게는 큰 안심이 된다
집을 깨끗이 치우고 나면
집 안을 살살 걸어 다니며 산책을 하는데
짧은 직선거리로 현관에서 베란다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현관까지 걸어가며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내년이면 벌써 이 집에 거주한 지도 5년이 된다
5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오기도 하고
일찍 퇴근하고 설레는 기분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슬픈 얼굴로 돌아올 때도 있었고
몇 년간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린 곳도 바로 이 집이었다
원래 좋은 집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 집을 아껴주면서 좋아지게 되었다
밖에서 보면 흔한 구축 복도식 아파트인 우리 집은
어느 곳 하나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어떤 곳이든 정리 정돈되어 있으며 깨끗하게 닦여 있다.
현관부터 베란다까지
살살 걸으며 집 안에서 산책을 할 수 있고
뜨거운 물로 샤워할 수 있으며
밥솥에 밥을 한가득해서 배부르게 먹을 수도 있다
집을 위해 쓰는 시간과 노력이 많다는 건
내가 얼마나 집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를 보여준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유지하고 싶다
미니멀리즘, 최소주의를 지향할수록
내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기분이 든다
이 공간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게
침대도 소파도 아닌 나라는 점이 뿌듯하다
단순함은 나를 살리고 내 불안을 잠재워준다
미니멀한 집에서는 남들은 모를 나만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