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더 홀가분해졌다
올해 나의 재무 목표는 대출금 3천만원 상환이다
한 달 생활비를 40만원으로 맞춰 살아야만
가능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끊은 건 바로 커피이다
3200원, 3800원, 5500원
언제부터 커피 한 잔에 몇 천 원씩 쓰는 삶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해 왔을까
입의 즐거움 또는 하루 동안 고생할 나를 위해
아침마다 사 마시던 커피를 이제는 완전히 끊어냈다
그렇다고 커피를 아예 삶에서 단절한 건 아니다
나 혼자 사 먹는 일을 하지 않을 뿐
모임이나 단체로 카페를 가야 할 때는
기꺼이 그 시간을 즐긴다
평소에 혼자서는 마시지 않던 커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구나,라고 생각하면
왠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물처럼 마셔대던 커피 한 잔을
참고 참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마주하는 그 기쁨이
나를 설레게 한다
소비하지 않거나 아끼는 절약 습관은 근육 같다
운동 후 근육이 땅기고 아프거나 불편해야
다음 날 근육이 늘어난다
근육은 찢어져야 새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절약 근육도 마찬가지이다
쓰지 않고 절약하는 행위가
그 순간은 불편하고 아플 수 있으나
지나고 나면 절약의 근육이 되어
내 자산을 든든히 지킬 수 있는 힘이 된다
물건을 사고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내 감정과 태도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집은 점점 비워져 갔다
살 수 있으나 사지 않는 삶을 산다는 건
할 수 있으나 하지 않는 삶을 사는 기분이다
집 안의 중문을 떼어내자
탁 트인 공간감이 느껴지고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집이 비워졌다고 해서
새로운 가구를 사는 건 아니다
여전히 이 집에서 가장 큰 존재감은
바로 나라는 걸 생각하면 뿌듯한 감정이 밀려온다
은행에서 받은 오이비누를 사용하고
행사에서 받은 페리오 치약을 쓰는 삶이
나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태리 치약이나 프랑스산 수제비누가 아니어도
내 삶은 빛나고 향기롭다
옷도 마찬가지이다
좀 낡고 유행이 지났어도
낡으면 낡은 대로 빈티지하게 입으며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
내 겨울 패딩은 2023년에 구입하여
입은 지 이제 3년 밖에 되지 않은 제품이다
그런데 내 옷의 브랜드를 이야기하며
요즘 그 브랜드를 누가 입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말은 아무렇지 않게
한 귀로 들어오고 다시 한 귀로 나간다
옷보다 중요한 건 나라는 사람의 내면이기에
의복이나 장식품, 가방들로
나를 보여주려 노력하는 일은 지양한다
그래서 나는 의복을 새로 구입하지 않는다
마시는 차는 뜨거운 커피포트로 끓인 물이면 충분하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햇살이 들어오는 집에서 빨래를 말리고
밥을 지어먹고 눈을 감았다가 뜬다
고요하고 차분하며 온건하다
충분하고도 넘치는 것들 속에 나는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조금만 돌아보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힘이 들 땐 쉬자
하던 일을 멈추고 숙면을 하자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배가 고프면
따뜻한 음식을 충분히 먹고
씻고 다시 자도록 하자
잘 먹고 잘 자는 게 잘 사는 거다
값비싼 물건들 속에 사는 삶보다
잘 먹고 잘 자는 인생이 훨씬 더 나은 인생 아닐까
내면을 닦으며 나를 돌아보고
언제나 비운 자리를 유지하며
조금은 여유를 가진 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