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세 번째 시
얼개
생각이 스치며
마찰이 일어난다
단 하나의 발화점
하나의 낱말
혹은 개념에서 시작해
삽시간에 번져나간다
뼈대를 세우고
얼개를 짠다
이제 고민의 시간이다
얼마나 촘촘히 짤 것인가
치밀한 구조는
만족스럽지만
조금 숨이 막히고
얼기설기 엮으면
여지가 있어 좋은데
성의가 없어 보인다
그게 이야기든
인생 계획이든, 그 무엇이든
다 마찬가지다
모래는 빠지고
알곡은 남는 정도,
구멍으로 별빛도 볼 수 있는 성김
그 정도가 딱이다
딱 그 정도에서 멈추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