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세 번째 시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무 많다
안 버려서 문제지
그럼,
내가 버릴 수 없는 건
혹은,
포기할 수 없는 건
가족, 돈, 직장, 시간, 여유, 추억
극단적인
그리고 절묘한
상황을 만들어보자
내 가족이 아프다
난 무엇부터 무엇까지
포기할 수 있을까
일단, 직장 버릴 수 있고
집, 포기할 수 있다
시간이나 자유 같은 건
이미 버려본 경험이 많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가 남는다
버릴 수 없는 게
여유,
여유를 버리면 안 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건
한 줌의 여유다
농담 한 번, 미소 한 번
그마저도 없다면
그건 지킨 게 아니다
버틴 것일 뿐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