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네 번째 시
침묵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같은 사람인데,
생각이란 걸 할 텐데
알아채지 못한다니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
말을 해도
이해를 못 함을
깨달아버렸다
알아들은 척
이해한 척, 그 연기에
깜빡 속았더랬다
모두를 속이려면
자기 자신까지 속이라 했던가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니,
그 확신에 속아 넘어가 버렸다
이제 나는
열심히 설명하는 척하다가
그냥 침묵을 선택한다
입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