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리고 세 번째 시
난 베개가 아닌데
어느 순간 베개가 되었다
왼쪽 아기는 머리를 얹고
반대쪽 아기는 다리를 올린다
체온이 필요한가 보다
머리카락도 쓸어주고
귀도 조물딱, 조물딱 하고
배도 쓰다듬는다
몸이 스르르 풀어지면
머리가 툭
만족했나 보다
다리를 살짝 내리면
팔이 올라온다
존재의 확인, 벗어날 수 없다
꼼짝 마라, 베개야
몸에 힘을 주고 버텨야 한다
모두가 편안할 때까지
베개는 책임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