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리고 일흔두 번째 시
인간이 개와 사는 이유
벤치에 앉자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어른사람과
강아지에 끌려다니는 남녀노소의
수를 비교해 보자
강아지가 자주 산책을 하는 건지
금방 세기를 포기해 버린다
왜 인간은
인간과 살기를
혹은 인간을 키우기를 포기했는가
인간은
너무 힘들다. 어렵다
10년 전에도
개는 개였는데
인간은 그 10년 동안
점점 복잡하고 취약하고
어려운, 그런 무언가가 되었다
인간은
어디 보낼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수명도 길다
강아지는
보고 데려올 수도 있는데
그러고도 돌려보내는데
인간은
다시 들어가라 할 수도 없고
무조건 끝까지 가는 거다
유약한 오늘의 인간은
그런 끝없는 책임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