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리고 여든다섯 번째 시
대가 없는 쾌락
종로 3가, 단성사 피카디리
약속 하루 전, 예매하러 간다
설레임 안고 줄을 서서
묵묵히 기다려, 표 두 장 획득한다
약속 시간 30분 전
이미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
혹시라도 엇갈릴까 봐
추워도 절대 어디 들어가지 않는다
눈발이 날려도
입구만 바라보고 서 있다
미술관 옆 동물원
이 영화는 꼭 그녀와 보기로
나 혼자 다짐했다
약속이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빌며
손을 부비고 입김을 쐬고
혼자만의 사투 중이다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사람과 본다는 건
다시없을 추억, 사치
그 시절
영화의 감동은
그런 간절함이 절반이었던 듯하다
오늘
영화를 끝까지 못 보는 이유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