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리고 여든아홉 번째 시
진부한 21세기 교양시 (아침)
아침 공기를 가슴 가득 마시고, 숨을 쉬고 있음을 감상한다. 실눈을 뜨고, 내게 하루의 기회가 더 주어졌음을 마음에 새긴다. 팔다리를 움직이며, 허투루 이 기회를 소모시키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한다.
미지근한 물로 천천히 얼굴을 닦고, 정성스런 손길로 수염을 깎는다. 수염이 깎이는 소리를 감상한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말끔한 인상을 주고자 한다. 이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듯 조심조심 양치를 마친다.
커피 원두의 향을 맡고, 그라인더에 정확히 계량하여 넣는다. 곱게 갈린 분말의 향을 다시 한번 감상한다. 끓은 물을 주전자에 담고 뜨거운 김이 한 번 빠질 때까지 기다린다. 물을 머금은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관찰하며, 커지는 거품처럼 오늘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노트에 할 일을 적는다. 지워내는 즐거움을 위해 더 많은 목록이 필요하다. 계획과 달라지더라도 방침이 정해져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계획은 원래 수정하려고 세우는 법,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 순간 집중력이 무너지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몰두한다. 지금 떠오른 생각을 잊더라도, 더 좋은 것이 올 거라고 믿는다. 들어오는 사람에게 눈을 맞추고 안부를 묻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