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리고 아흔 번째 시
진부한 21세기 잠언시(점심)
점심은 악마의 시간이다. 배고픔에 한 줌 절제는 날아가 버리고, 식후에는 졸음에 잠긴다. 유혹과 유혹의 중첩 속에서 누구에게도 짜증을 내보이지 않는다.
유독 일찍 일어난 날이면 저녁보단 점심이 힘들다. 낮잠은 우리의 구원이다. 스페인 사람처럼 하루에 쉼표를 찍고 넘어가자. 실내 조도를 낮추고, 의자에 발을 조심스레 올린다. 눈을 한 팔로 덮으면 준비는 모두 마쳤다.
점심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은 까다롭다. 커피에 기대어 연명하기 시작하면 긴긴 저녁과 밤을 버틸 수 없다. 시원한 물을 몸속 가득 채우고 천천히 걸어본다. 차가운 물이 장을 따라 흘러감을 느끼며, 몸에 활력을 충전한다.
'잘하기보단 그냥 하자'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너그러움을 선사하자. 나에게 관대하게, 남에게는 더 관대하게. 중요한 것만 잘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열에 한둘이다. 그것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