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번역가의 공부
나처럼 외국어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쓸 기회가 없는 사람은,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제 와서 유학을 갈 수도 없고, 인도네시아인을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자주 하는 방법은 신문 기사 요약이다. 인도네시아에는 KOMPAS, Media Indonesia, Tribunnews 등과 같은 주요 언론 매체가 있고, 온라인으로도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물론 모든 매체의 기사를 다 읽고 언론사별 성향에 따라 내용을 분석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바라면 꾸준히 할 수 없다.
나는 KOMPAS에서 나온 기사 하나를 선택해서 하루에 한 개씩 번역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후 번역한 내용을 다시 요약한다. 내가 번역한 긴 내용을 다시 요약본으로 압축해 보면 기사에서 말하려는 핵심 내용이 머릿속에 더 또렷하게 남는다. 단순히 번역만 했다면 그냥 눈으로만 읽고 흘려보냈을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으며 각인하고, 재편집하면서 두 언어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이 공부법은 코이카 봉사 단원으로 교육받을 당시 만났던 어느 시니어 동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이다. 30대에 미국 주재원으로 근무하실 때부터 환갑이 넘어서까지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하셨던 선생님께서는, 가장 좋은 언어 공부법이 많이 말하고 많이 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당장에 말을 많이 하기 어렵다면 쓰면서 표현하는 것도 좋다고 알려주셨다. 선생님의 지론에 따르면 -틀려도 좋으니 많이 말하고 많이 써보는 것- 그것만큼 더 확실한 언어 공부법은 없었다.
모든 단원이 각자의 파견 국가로 떠난 이후에도, 그 선생님을 중심으로 나와 몇몇 단원들은 단톡방을 하나 개설하고 매일 각국의 뉴스를 하나씩 번역해서 공유했다. 매일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아는 단어도 많아지고 번역문도 자연스러워지면서 실력이 향상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식들을 공유하면서 홀로 견디는 현지 생활의 외로움 또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 의무감을 느낄 필요도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태해질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번역 공부를 하려고 기사를 열었다가도 이내 연예인 뉴스 기사를 검색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땐 좋은 동료들과 함께 랜선 번역 공부를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