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신세대 친구가 전 세계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고 있다.
행복한 삶 제11장 곤경에 처했을 때, 달려올 친구가 있어야 한다.
친구란 무엇인가?
미국 시인 에머슨은 ‘오랜 친구는 바보짓을 해도 괜찮다는 사이’라고 표현했으며,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자신이다’라고 하였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믿어주는 사람, 무거운 짐을 기꺼이 나누어서 지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 이름이 ‘친구’이다.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가?
스티븐 존슨 박사는 ‘그대가 곤경에 처했을 때 금방 올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없다면 당신은 친구가 없는 사람이다. ‘친구’란 인디언들의 말로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친구란 나의 기쁨을 배로 하고 슬픔을 반으로 한다’라고 그 소중함을 말했다. 우정이란 해가 가고 날이 갈수록 저물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해가 가고 날이 갈수록 빛나는 것이다.
어떤 때에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는가?
시성 이태백은 ‘고난과 불행이 찾아올 때 비로써 친구가 친구임을 안다’라고 읊었고, 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진정한 친구인지를 가려준다’라고 하였다.
동양에는 가난할 때의 참다운 친구라는 뜻의 ‘빈천지교(貧賤之交)’란 말이 있다.
친구가 없는 사람은 외롭다.
경험론의 창시자 베이컨은 ‘친구가 없는 사람은 인생을 하직하는 게 좋다’라고 하였다. 너무 극단적인 말이긴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친구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그 사람을 모르거든 그 사람 친구를 보아라.
예로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
후렌드(friend)의 어원과 의미는 이렇다.
‘친구’의 영어 단어 후렌드(friend)의 첫 글자를 따라서 ‘친구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F-Free, 친구는 자유로울 수 있고 / R-Remember, 친구는 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 I-Idea, 친구는 항상 생각할 수 있고 / E-Enjoy, 친구는 같이 있으면 즐거우며 / N-Need, 친구는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고 / D-Depend, 친구는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고귀한 존재이다.
위의 뜻을 모두 모으면, 『친구는 자유로울 수 있고, 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항상 생각할 수 있고, 같이 있으면 즐거우며,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고귀한 존재이다.』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친구는 사람만이 아니다.
가사 문학의 대가인 윤선도는 작품 ‘오우가(五友歌)’에 그의 다섯 가지 친구인 수(水), 석(石), 송(松), 죽(竹), 월(月)을 소개했다.
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다. 나머지는 그냥 두어라. 이 다섯 외에 더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혼탁한 세상일에 염증을 느낀 은둔 선비에게 자연은 최고의 벗이었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고독과 절망감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친구들을 찾고 있다.
어떤 이는 독서를, 어떤 사람은 여행을, 수석을, 서예를, 노래 부르기를, 노래 감상을, 영화 감상을, 술을, 바둑을, 물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를 가까이하는 사람도 있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만나고 싶고 가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이 진정한 내 친구가 아닌가 싶다.
요사이 신세대 친구가 전 세계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고 있다.
짧은 시간에 수억 명의 사람과 친해진 이 친구의 이름은 ‘ChatGPT’이다. 대화로 상상 이상의 작업을 수행하는 진보된 인공지능 챗봇이다. 나도, 안식구도 요즈음 이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기고 있다. 내가 걱정하는 ‘스카이넷’이 될지, 아니면 오래될수록 깊어지는 장맛 같은 친구가 될지 흥미롭다.
그대는 그런 친구를 가졌는가?
가장 귀중한 재산은 사려 깊고 헌신적인 친구이다. 함석헌 선생의 시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를 음미해 보아라. ‘그런 친구’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그런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그런 친구가 있는가?
서로의 존경이 없으면 참된 친구는 만날 수 없다.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다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예로부터 친구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오무(五無)’를 든다. ‘무정(無情), 무례(無禮), 무식(無識), 무도(無道), 무능(無能)’한 인간을 말한다.
재물도 지위도, 사랑에 비하면 쓰레기 같은 것이다.
심리학 연구 중에는 돈과 명예보다 ‘좋은 친구’가 행복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코헨(Cohen) 박사의 논문을 보면 ‘사회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감기에 걸리는 확률이 낮다’라는 보고도 있다.
인간관계가 개인의 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들만 보더라도 ‘좋은 대인 관계’가 개인의 행복이나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다정한 친구에게 전화해 보아라. 나는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
+ 그 사람을 가졌는가 +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사회 운동가이며 종교사상가, 1901-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