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는다. 아랫배와 발을 따뜻하게 해 줄 용품들까지 챙겨서 거실로 나가면 하루의 시작이다. 이른 새벽, 거실의 한기는 되려 정신을 깨워줘서 기분 좋게 느껴진다. 가볍게 양치질을 하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은 그 짧은 시간에 스트레칭을 한다.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는 동안 멍을 때린다. 한 시간 남짓 공부를 하다가 뜬금없이 새벽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한겨울로 접어들면서, 새벽 걷기는 한낮 걷기로 바꿨다. 그래도 이따금 이른 새벽에 나가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캄캄하다. 해뜨기 전까지 대략 1시간 남짓, 산으로 향하는 공원을 걸었다. 일시 정지가 눌러진 듯한 고요한 풍경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그 순간의 사이. 그 사이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근사하다. 잠시 멈춰 서서 여명을 확인하고 나서야 방향을 틀어 집으로 향했다.
드문 일이긴 한데 새벽 걷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24시간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기도 한다. 오늘이 아주 드문 그날이었다. 때마침 뼈감자탕집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 있다 들어가니 공기가 훈훈한 게 몸의 한기가 가셔서 좋았다. 최상위 혼밥러답게, 익숙하게 주문을 하고 해장국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안 냄새 때문인지 시장기가 확 몰려왔다. 이른 아침부터 먹음직스럽게 뼈다귀 감자탕을 뜯는 여자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거기에 세수도 안 한 얼굴이라니. 주변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슬쩍 얼굴을 훑었다. 혹시라도 눈곱을 매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ㅎㅎ 다행이다. 몰랐을 것이다. 주문을 받던 주인장도, 내 원체 동안인 피부라서,, ^^;; (이렇게 생각해야 뱃속이 편하다.)
그렇게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음식점을 나오니 날이 훤히 밝았다. 몸도 훈훈하고 배도 든든한 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쬐금 더 상냥해진 것 같기도 하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꾸려갈지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걸었다.
어떤 일을 지속해서 또 반복해서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새벽 기상을 길들이기까지, 사정이나 핑계를 만들어내지 않는 거, 나약한 나를 경계하고 독려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 습관이, 일상에 단단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합리화와 스스로 회유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무엇이 됐든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반복 유지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렇게 새벽기상은, 오래된 내 게으름과 매일매일 항쟁 끝에 얻어낸 나의 업적이다. 그러니 얼마나 장한가!
그 대단한 것을 오늘도 해냈으니 말이다. ( 어그그그 우쭈쭈쭈~잘했쪄염 )
새벽 기상 덕분에, 이른 새벽만이 내어주는 풍경과 향기, 오전이 길어지는 마법,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자긍심까지 그리고 몇 가지 더 있긴 한데, 이 정도만으로도 새벽 기상을 지킬만한 이유는 충분하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