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맛 따라, 여보 따라
우리의 여행일지
양구사과체험(2024. 10. 24)
-중편-
17일부터 주말까지 전국을 촉촉히 적시던 가을비는 어느새 사라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을비와 함께 바뀌게 되었다. 날씨예보를 확인하던 아내의 검색창은 어느새 양구의 온도를 검색하고 있었고, 그사이 우리의 사과체험일자는 다가왔다.
새벽아침 안방의 암막커튼을 걷히고 베란다 문을 열자 훅 들어오는 서늘한 가을바람은 무척이나 상쾌하고 시원하였다.
"여보, 일어나요. 10시까지 가려면 우리서둘러야되요. 3시간이나 걸린단말이야"
아침잠이 많은 아내지만 , 왜 여행가는날에는 저렇게 기운이 넘치는지 평소처럼 침대에서 뒹굴대던 아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아내가 준비를 하는동안 나 또한 준비할게 많았다.
따뜻한 물을 끓여서 보온병에 담고, 전날 저년 편의점에서 사놓은 컵라면도 챙기고, 집에 비상식량이었던 건빵과 등산가서 먹으려 했던 발열 전투식량을 챙기고, 수확한 사과를 담을 커다란 쇼핑백등등
양손무겁게 우리는 출발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3시간 후, 11시가 다 되어서야 우리는 양구의 사과농장에 도착했다. 농장이름은 '애플카인드' 산 중턱에 펼쳐진 드넗은 사과밭의 사과나무에는 빨간 사과들이 햇빛을 받아 루비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와! 도착했다!"
3시간을 운전하여 온 몸이 찌뿌둥한 나와는 달리, 와이프는 벌써부터 사과체험 접수장으로 아이처럼 쪼르르 달려가고 있었다. 잠깐의 스트레칭 후 짐바구니와 캠핑용 돗자리를 챙겨 주차장에서 나온 나의 앞에는 이미 아내가 노란색의 이쁜 사과 수확바구니를 옆에 끼고 발을 동동구르며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여보! 빨리빨리!"
"아이고, 알았어요. 짐은 내려놓고 가야지"
잠 도 잘 못자고, 장거리운행으로 몸은 힘들지만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보여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안녕하세요, 애플카인드 입니다. 사과수확은 처음이신가요?"
관계자의 어떤사과가 잘 익은 사과라는 간단한 설명 후, 우리는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산중턱의 가을바람은 매섭지 않을까라는 나의 우려는 뒤로한 채 따뜻한 날씨와 햇빛에 반짝이는 사과는 어찌나 탐스럽고 이쁜지 사과를 딴 나의 손은 바구니가 아닌 입으로 향하고 있었다.
40년 넘게 사과를 먹고있지만 나무에서 갓 딴 사과는 우리가 쉽게 마트에서 접하는 사과와는 차원이 달랐다. 따스한 햇빛과 기름진 토양에서부터 올라온 자연의 생기가 사과를 통하여 내몸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첫키스와도 같이 강렬한 새콤달콤한 사과의 과즙이, 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달콤한 맛이 왜 백설공주를 잠들게 만들기 위해 마녀과 다른과일도 아닌 사과를 주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렇게 내리 2개의 사과를 먹은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수확을 하기 시작하였다.
출발 전, 부모님, 친구, 직장동료들 등등 평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내가 직접 손으로 딴 사과를 전해드리고 그분들 역시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될거라는 기대감에 몸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과를 수확했다.
그렇게 우리가 수확한 사과의 총량은 40키로. 우리가 딴 사과가 혹시 상처라도 입을까 박스에 조심히 하나하나 옮겨 닮아 정성스럽게 테이핑을 해서 택배차에 옮겨 실었다. 아무쪼록 우리의 정성이 그분들께 잘 전달되기를 기도하며 택배차에 우리사과를 보냈다. 지난 여름동안 정성들여 키운 농부들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으로, 내년에 다시 오자는 사과나무와의 약소을 뒤로하고 아내와 나는 사과농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