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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설의 마음 기록 Feb 11. 2022

최초의 르네상스인의 색다른 취미, 등산

-르네상스 작가 엿보기 1/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최초의 르네상스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가 르네상스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면, 프란체스코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간 최초의 사람이라 평가받는다.

  르네상스 시대 3대 작가 중 하나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소네트의 형식'을 정립하고 시집 '칸초니에레'를 써낸 것으로 유명하다. 칸초니에레는 프란체스코가 22살에 처음 만나 평생에 걸쳐 사랑하였던 여인 라우라를 그린 시집으로, 그 매력은 당대 사람들이 매우 꺼렸던 인간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었던 것에 있다.



                                                  헤매던 내 광기 어린 욕망은

                                                  달아나려고만 하는 그녀를 쫓아가지만,

                                                  나를 사랑의 올가미 뒤에 남겨둔 채

                                                  그녀는 사뿐히 훨훨 날아가 버리네


                                                   -칸초니에레 6번 시 일부 발췌-


   이처럼 그는 사랑의 욕망을 꼭꼭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택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성을 발산하는 특이함의 길을 간 것이다. 천재들에겐 특이함이란 기본 탑재 요소이긴 하지만, 그는 천재 중에서도 유별난 편이었다. 프란체스코는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독특함을 발산하였다. 바로 '등산'에서 말이다. 

  당대 사람들은 산에 올라야만 하는 이유 없이는 등산을 하지 않았다. 맹수가 사라진 현대의 산과는 달리, 옛날에는 비록 작은 산이라 할지라도 맹수를 만날 위험이 다분하였다. 친절하게 안전한 길을 알려주는 등산로 덕에 현대에는 특별히 위험한 일 없이 등산을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그 위험도 제대로 모르는 채 스스로 정하여 등산하여야 했으며 길은 무척이나 험했다. 수많은 커다란 돌덩이를 만나기 일쑤였던 것이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을 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류가 남극 횡단을 시도하거나, 에베레스트 정상을 목표로 등산한지는 오래되지 않았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남극 횡단이나 에베레스트 등산만큼의 위험은 아니지만, 중세에 등산이란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였기에 등산을 즐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중세라는 방에서 르네상스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간 프란체스코는 등산을 즐겼다. 유럽 최초의 등산가(실용적이지 않은 이유로, 즉 즐거움을 위해 등산을 하는 사람.)였던 그는 산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에 심취하여 등산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었으며, 위험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섬세한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방투산 사진 1/ 출처: https://www.horizon-provence.com/mont-ventoux/index_english.htm
방투산 사진 2/ 출처: https://www.horizon-provence.com/mont-ventoux/index_english.htm

  그는 단순히 등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관련된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신학 교수 '디오니지 다 보르고 산 세폴크로'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보면 1336년 4월 26일 방투산에 등산하면서 프란체스코의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다. 거기서 그는 며칠은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리옹 지방의 산, 마르세이유의 바다와 에그모르트의 해안에 밀려오는 흰 파도를 보았다. 론 강의 흐름, 저 멀리 있는 알프스의 연봉을 바라보며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그 아름다움 하나하나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단순한 감탄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자연의 풍경, 그리고 그 연결고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색하는 것을 시작하였다. 이 탐색은 그가 항상 소중하게 품고 다니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절로 인함이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서 높은 산봉우리, 망망 바다의 물결, 광대한 강의 흐름, 끝없는 대양, 별자리의 운행 등에 찬탄하지만, 정작 자신들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 고백록 제10권 8장-


  


  이 구절을 본 이후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하산(山)하면서, 외부 세계를 바라보며 감탄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에 빠지는 것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인생을 살면서 지나쳤던 여러 구절들을 떠올림으로써 더욱더 고차원적인 성찰로 나아가게 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고난을 두려워하여 건전치 못한 쾌락을 바라며 이 좁은 길에서 이탈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만약 어딘가에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건대, 바로 그런 사람을 염두에 두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한 일이다. 만사의 궁극을 판별할 수 있게 되어.

온갖 공포 비정한 운명 탐욕스런 저승의 아비규환을 

자신의 발 밑에 깔아 놓는 사람!

-베르길리우스 '농사시집' 제2권 490-492-


오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은 지상의 높은 곳을 발밑에 두는 것이 아니라, 지상적인 것에 부추겨 부풀어 오른 욕망을 발밑에 짓밟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꺼이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활기찬 인생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고, '유럽 최초의 등산가'로서 기록될 수 있었으며, 수많은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남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두려워하는 일을 피하지만 말고 검토해보는 것이 좋은 인생 전략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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