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미학, 울프의 거리

버지니아 울프 <거리의 악사>

by 수련


당시 런던 광장의 주민들은 유랑 악사들을 ‘사회의 골칫거리’라고 생각했다. 큰 연주 소리로 애써 만들어 놓은 도시의 평화와 예절 따위를 헤집어 놓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리의 악사>에서 울프는 그런 황홀경에 몰입하는, 순간을 사랑하는 이들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뜨내기꾼들은 거리를 그들의 내밀한 공간이자 모험의 공간으로 누비면서 젊은 부인을 위해 노래하는 낭만주의자였다가, 승합 마차들의 박자를 맞추어 주는 경찰이었다가, 또 어떤 날엔 분주히 걷는 자들의 삶에 생기를 주는 극작가가 된다.


그런 고로 울프의 표현을 빌리면, 거리 악사는 더 이상 광장 주민을 성가시게 만드는 방해꾼이 아니라 “인간의 목소리로 말하는 법이나 인간적인 것을 마음에 전달하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가장 사나운 신의 사제“이다.


산문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런던 거리 헤매기>에서 울프가 말하는 세상의 본질이자 이치는, 그 어디에도 확고하고 단일한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녁나절의 헤매기‘같은 터무니없는 일, 즉 가변성, 불규칙성, 무작위성 따위에 자신을 의식적으로 내던지고 탐험하는 삶을 울프는 맘껏 예찬한다. 그런 면에서 거리 악사는 삶을 온전히 거닐고, 향유하고, 자랑한다.


Bukit Bendera, Penang, Malaysia


우리에게 내밀한 공간은 온통 안락함과 보살핌으로 에워싸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기억을 불러내는 물상들의 공간이다. 산토리니에서 사 온 찻잔, 지난 생일날 받은 아네모네는 좋든 싫든 필연적인 회상을 불러온다. 때론 그런 기억이 주는 모종의 피로감으로 우리는 그 공간을 박차고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랑 악사들에게 거리는, 삶의 온상이자 싫증이 나면 언제든 뒤로할 수 있는 탐험의 공간이다. 그들은 어디에도 정박하지 않은 채 무리들 속에서 나를 해체하고, 일변 스친 사람들의 이야기에 알은 채 해보고, 존재의 순간을 만끽한다. 그리고 몸의 맥박을 거부할 수 없듯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의 영혼을 느끼고 사랑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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