汪正翔, 鄭弘敬 <攝影泡沫紅茶>
홀로 대만 여행 중에 우연히 한 서점에 들렀다. 볕 아래서 이따금 드리우는 그림자에 의지해 걷기를 몇 시간, 잠시 쉬어갈 곳을 찾다 발견한 곳이었다. 후미진 길을 쫓아 들어가야만 해서 특히나 풋내기 여행자들에겐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서점에 간 일이 있더랬나. 마룻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에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나는 알지 못하는 이곳의 지난 세월이 스쳤다. 안쪽으로 시선이 닿을수록 마치 책장을 넘기듯이 새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모든 면에 애정을 쏟은 게 분명했다. 어느 하나 무심히 놓아둔 것이 없이 없었다. 이 공간에 쉬어갈 사람들은 생각하며 소품 하나, 문장 하나, 색 하나를 고른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가꾼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주인장 둘이 있었다.
여행 잡지나 평전같이 모든 취향을 반기는 책들이 있었지만, 나는 대만어를 모르니 아카이브나 포토저널에 자주 손이 갔다. 그러다 빨간 체크무늬 옷을 입은 책을 만났다. 사진을 둘러싼 다양한 명제들을 논의하고, 대만의 이미지 창작자들이 사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을 모색하는 1년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었다. 책장에 대만의 풍경이 속속들이 자리한 와중에 작가의 말들도 인상적이었다.
사진 속 대상에 초점을 맞춘 다른 아카이브와 달리, 작가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사진을 찍는 행위와 그 속의 나를 성찰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특별했다.
번역기를 거쳐 책을 읽은 일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리송한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며 작가의 말을 한번 더 의심해 보고 고민해 보는 시간이 참 소중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단을 이곳에 적어본다.
화면 안의 모든 사물이 선명하다는 건, 그 각각이 화면 안에서 동등하다는 걸 의미한다. 어떤 것도 특별히 강조되지 않는 것. 더 나아가 말하자면, 작품의 초점(즉, 해석의 주도권)을 관람자에게 넘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단순히 ‘초점이 맞은 것’과 ‘초점이 안 맞은 것’으로 이미지를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눈으로 본 장면은, 뇌 속에서는 아직 완전히 ‘현상되지 않은 이미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나 회상할 때 비로소 선명하게 떠오르게 된다.
아주 존재감이 없었던 소박한 서점은, 언젠가 대만 여행을 돌아볼 때 ‘날이 궂어 서점에 들어갔던 건 정말 행운이었지’ 하며 떠올릴 만한 추억이 되어주었다.
오늘 여행을 회상하며 작은 엽서 한 장을 채웠다. 다른 말로 아직 현상되지 않은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