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NS도 으쓱으쓱 잘한다.

낯선 곳에서 들려온 첫 응원

by 썬이

1) 낯선 곳에서 들려온 첫 응원


내게 다이어트의 시작은 늘 '나 혼자 평지를 걷는 느낌'이었다. 고난도 없고 장애물도 없는데 도착 지점도 없는 길. 그러다 어느 순간 체력은 떨어지고, 허공에 우뚝 멈춰 선 채 정처를 잃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그런데 SNS는 조금 달랐다.


깜깜한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깊숙한 골목을 들어가면 어느 순간 유리관 안에 서 있는 것 같았고,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번쩍이는 눈만 유리관을 향해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눈빛을 계속 맞고 있다 보면 소름이 싹 끼쳤다. 무서웠다.

겁이 났고, 걷다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칠까 봐 괜히 긴장도 됐다. 확인할 수도 없는 길을 그냥 계속 걸어야 하는 느낌.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결국 이곳의 이름을 붙이자면 '두려움'이었다.


SNS는 내게 첫 두려움을 알려주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나에게 다이어트에 큰돈을 투자할 여유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 받아야 했다. 나 혼자였더라면 염치가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니 어느새 염치 따윈 동물원에 가져다 준 것 같다. 하물며 바디슬림 관장님은 고도비만 관리에 탁월했다. 그런 귀한 전문가가 나를 봐주겠다는데 감히 거절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해주신다니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나은 결과를 보여드리는 것, 그게 내 나름의 효도였다.


성격은 꼼꼼하고 완벽주의자. "무조건 해낼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진 분이라 나처럼 의지박약인 사람에게는 거의 구원자에 가까웠다. 다만 엄할 땐 꽤 무섭다. 특히 전화하자고 할 때는 괜히 심장이 빨리 뛴다.


그렇게 나는 결국 SNS를 하겠다고 마음을 정했고, 첫 글을 올렸다.


체중계. [93.6KG]


숫자와 함께 퉁퉁한 발이 찍힌 사진. 그 사진을 올리기 전에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 맞나. 이래도 되나. 깊은 고민 끝에 생각보다 큰 용기를 낸 듯 하다. SNS의 반응은 의외였다.


"발이 진짜 곰발 같아요."

"얼굴이랑 발이랑 매칭이 안 돼요."


낯선 이들의 솔직한 말에 조금 서늘하게 놀라기도 했다. 그렇지만


"응원합니다!"

"해낼 수 있어요!"

"잘할 거야, 힘내!"


따뜻한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나는 그 짧은 위로가 큰 힘이 되었다.

회사 사람들이 우연히 본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조차 사치였다. 회사사람이 본다는 공포는 눈녹듯 사라졌다. (사실 회사 동료들이 SNS잘 보고 있다고 말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 분을 차단 했다. 그정도로 부끄러웠음)


나는 살을 빼야 했다.

아이들과 오래 살고 싶었고, 뚱뚱한 몸으로는 금방 작별할 것만 같았다.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부끄러움을 삼키고 꾸준히 올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올린 글에 응원 메시지가 하나 둘 달렸다.

뜻밖에 따뜻했다. 친구들이 응원해주는 것처럼 친근했다.

대댓글을 주고받으며 그 착하고 다정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정말로 엄마곰은 SNS도 으쓱으쓱 잘한다.


혹시나 혼자서 변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는가? 그러면 그 분들께 SNS을 추천드리고 싶다. 요즘에는 변호사도, 의사도, 하물며 대기업의 마켓팅팀, 시청의 직원까지도 자신의 간판을 PR하는 시대이다. 그러니 우리 자신을 어필해보는 건 어떤가? 처음은 곰발바닥이라고 놀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때 뿐이다.

물론 SNS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가 혼자서 할 수있었을까? 우리가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또 물론 하지 못한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우린 혼자서 해내기에는 너무 <고도비만>이라는 먼곳까지 왔다. 혹시나 너무 겁나면 이름과 얼굴 신체를 가려서 특정인물이라고 나오지않을 정도만이라도 매일매일 꾸준히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강추드린다. 혹시나 100일을 꾸준히 올렸는데도 내 모습이 변화가없다면 나를 찾아오라. 내가 기꺼이 그들이 벗이 되어 도움을 드리고 싶다.


나도 SNS로 위로를 많이 받은 만큼, 나도 그들에게 베품을 드리고 싶다. 당신은 할 수있다고.

해낼 수 있다고. 말하고싶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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