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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Kim Mar 14. 2022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소금산 출렁다리를 건너며

JOURNEY DAYS :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안타깝지만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분명 높은 곳을 무서워 했다. 높은 곳을 떠나 그냥 무서워 하는 것이 너무 많았던 평범한 아이였다. 놀이기구는 물론이고 놀이터에서도 어느정도 높이가 있다 싶으면 나는 건너는 것이 두려웠고, 외나무 다리나 줄타기 같은 것은 꿈도 못꾸었던 것 같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았을까? 내 기억에는 중고등학교에 진학 할때 까지도 높고 무서운 것은 정말 싫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이를 하나둘 먹고, 군대도 다녀 왔으며, 군복무 중 유격훈련을 비롯해서 어린시절이었다면 분명 '무섭다!' 라고 했을만한 다양한 활동들을 무사히 잘 마쳤다.


그리고 이제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였으며, 아빠가 되었다. 분명 '나' 도 그대로이고, 높은 곳도 그대로 높은데, 이제 높은 곳이 마냥 무섭지만은 않다. 왜일까? 어른이 되어서일까. 나는 이제 어른인가?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강원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12

[지번] 간현리 1056-24

✔︎ Check Point : 출렁다리 부터 소금잔도 + 스카이워크 + 울렁다리를 코스로 경험할 수 있다.


@그랜드밸리 1코스, 소금산 출렁다리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는 원래 유명했던 곳이다. 굉장히 높은 곳에 걸려 있는 파란색 출렁다리는 이미 몇년 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찾은 명소였다. 그런데 얼마 전 노란색의 울렁다리와 함께 스카이워크, 소금잔도가 세트로 추가 되며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로 더욱 업그레이드 된 광광지가 되어 지금은 정말 인생을 살면서 한번은 꼭 방문해봐야 할 명소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과거의 '나' 라면 분명 이런 곳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보통 높이에 있는 출렁다리가 아니고, 심지어 바람에 의해, 혹은 여러 사람들이 걸어가기 때문에 상하좌우로 다리는 출렁 거린다. 까마득한 높이에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할 것만 같다. 너무 무서워서 출렁다리의 옆을 꼭 잡고 두눈을 질끈 감고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럽게 건너는 어른들도 몇몇 보인다. 엉엉 우는 아이들 부터, 뭘 몰라서 그런지 겁없이 용감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참 묘한 풍경이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들인지. 이곳을 무서워 하는 어른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는 어른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곳을 무서워 하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또 전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쯤에서 아이와 어른의 차이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무서움', '공포' 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많이 아는 만큼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많이 아는 만큼 무섭지 않을까. 혹은, 아무것도 몰라서 무서운 것일까, 아무것도 몰라서 무섭지 않은 것일까?


단순히 출렁다리를 건너는데 있어서도 이런 복합적이고 복잡한 생각이 든 다는 것이 우습긴 하다. 하지만 분명 나는 이런 높은 곳을 건너는 것을 무서워했다. 어린시절의 나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었을까.


1.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무섭다.

2.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

3.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무섭다.

4.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위의 기준에 어느정도 해당하지 않을까? 물론 성장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유형으로 성장하는 케이스도 있겠지만, 한번쯤은 반대 유형으로 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3번에서 2번으로 변한 유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이 가장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렇다면 여전히 출렁다리에서 공포를 느끼는 어떤 유형일까? 아마 1번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겁먹지 않고 용감한 아이들은? 4번이지 않을까.



@스카이타워 & 울렁다리로 향하는 '소금잔도'


소금산 출렁다리를 시작으로 소금잔도와 스카이타워, 그리고 울렁다리 까지 향하는 길은 2시간 가량이다. 그냥 일반적인 출렁다리 코스가 아니라 산 중턱 이상 높이에 놓여진 다리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시간 가량 아주 높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발밑을 내려다 보면 까마득하고 아찔하다. 구멍이 송송 뚫린 잔도를 걸어가는가 하면, 유리로 되어 있는 출렁다리 구간을 통과하면서 발 밑에 바로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출렁다리와 울렁다리는 이름처럼 출렁거리고 속은 울렁거리기 쉽다. 그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찾고 있다.



@강을 가르며 시원하게 뻗어있는 '울렁다리'


스카이밸리에 있는 두개의 출렁다리는 정말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정말 길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길이의 다리와 주변 자연환경의 웅장함을 정말 인간의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해주기 충분해 보였다. 산 둘레를 따라 놓여진 잔도길은 도대체 어떤 원리, 방법으로 만들었을지... 분명 이곳에 길과 다리를 만든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너는 그 어떤 누구보다 더 큰 담력을 가진 사람들이리라.


비록 출렁거리긴 하고,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은 맞지만 만약 이곳을 여행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부디 두눈 크게 뜨고 다리를 건넜으면, 아니 즐겼으면 한다. 그리고 단순히 '나는 용감하게 다리를 건널 수 있어.'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당당한척, 담대한척 다리를 건너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주변을 여유있게 감상하고, 어떻게 이런 시설들이 이곳에 만들어 질 수 있었을지 등에 대해 생각하며 다리를 건넌다면 좀 더 풍성하게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을까..






03. Epilogue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른'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기준이라면 높은 곳을 무서워 했던 어른들은 모두 '아이' 로 간주해야만 한다.


어릴적 나는 분명 높은 곳을 무서워 했고, 그때의 '나' 라면 분명 출렁다리를 건너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 는 아무렇지 않게 출렁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사실 전혀 무섭지 않다! 라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그렇게 놓은 곳에 서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 어린시절 여과 없이 내게 느껴지던 공포감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어쩌면 어릴적 나와 지금의 나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많이 알고, 모르고를 떠나 '역할과 책임' 때문 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는 그저 '아들' 의 역할만 있었지만, 현재는 여전히 아들이면서 남편이자, 아빠이다. 과거에는 무서우면 도망칠 수 있었고, 엄마 품에 안겨 울어 버릴 수도 있었고, 힘들고 두렵다며 아빠에게 안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아빠의 역할을 내가 해야만 한다. 


피할 수 있는 것도, 피할 수 있는 곳도 없는게 지금의 내 역할 인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것도 무서워 하지 않고, 도망치고 싶은 것도 도망치지 않아야 하는 역할. 아무리 출렁다리가 흔들려도 믿고 기대고 안길 수 있어야 하는 역할. 그런 역할과 책이을 져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어른, 아니 정확하게는 '아버지' 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영화 제목 처럼, 그렇게 아버지가 되는가보다. 

아들이었던 나는 여전히 무서움을 느끼지만, 아버지인 나는 무서워할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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