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해줘, SNS로부터

by 차유진


SNS는 시간 도둑이다. 조금 전만 해도 무심코 숏츠에 한 눈 판 사이, 순식간에 한 시간을 도둑맞았다. 평소 노트북 대신 핸드폰 메모장으로 글을 쓰다 보니, 단어 하나 검색하려다 옆길로 새기도 부지기수다.



물론 SNS의 순기능도 인정한다. 삶에 귀감이 되는 문장이나 귀여운 동물 영상은 복잡한 마음을 덜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자꾸 들여다보면 야금야금 시간을 훔쳐가는 공범이긴 매한가지이다.



계산을 해봤다. SNS 보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이라 치면, 1년에 21,900분을 도둑맞는 셈이다. 하물며 이를 즐기는 시간 또한 점점 늘어가고 있으니, 나의 시간 주머니는 하염없이 줄줄 새고 있는 형편이다.



손을 묶을 수도 없고, 모든 기능이 핸드폰에 모여 있어 곳곳에서 악마의 유혹이 뻗친다. '오늘은 인터넷을 하지 않겠다'며 핸드폰을 뒤집어 놓고 무음으로 설정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반가운 상품이 도착했다는 배송 알림 메시지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신선도 유지를 위해 프레시백 상품은 도착 즉시 개봉해야 하고, 총알배송 상품도 하자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앱을 열다 보면 관심 상품에 눈이 팔려 지갑도, 시간도 삽시간에 털려버리게 된다.



열흘 동안 SNS를 끊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에 찾아오는 요요처럼, 결국 폭식하듯 장시간 동안 빠져 들었다. 역시 극단적인 방식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가장 난감한 순간은 직업상 스케줄 확인 문자를 틈틈이 봐야 할 때다. 핸드폰을 벨로 설정해 침대 끝까지 던져놓아도, 벨이 울리면 메시지를 확인하는 사이 SNS 삼매경 중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좋은 글은 캡처하고, 떠오른 글감도 앱 메모장에 적다 보면, 결국 핸드폰은 두 손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제는 독서 시간, 글쓰기 시간, 명상 시간까지 서서히 갉아먹히고 있으니,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다. 고심 끝에 찾아낸 SNS 탈출법은 '아날로그로의 회귀'다. 즉, '편함이 아니라 수고롭게 움직이기'.



우선 아침 도둑부터 검거가 시급하다.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집으면, 자연스레 SNS 앱까지 눌러버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30분에서 1시간이 사라진다. 작은 해결책으로 탁상시계를 들였다. 아직은 탁상시계 보는 눈보다 핸드폰 잡는 손이 더 빠르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삶 가까이에 두고 싶은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발휘해 볼 생각이다.



반려견과 산책을 마치고 나서 핸드폰을 잠시 보는 습관도 고치려 한다. 매번 눈을 사로잡던 강아지 동영상보다, 반려견과 더 오래 눈을 마주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그간 서운했을 녀석의 마음도 달래주고 더는 외롭지 않게 해 주기 위해서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책을 챙기겠다는 약속도 지키겠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눈을 사로잡는 SNS를 훑기보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물론 책 보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더 익숙한 세상에서 다소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이 유행이라니, 이것도 하나의 레트로 감성으로 봐주시길.



자고로 도둑은 밤에 활개를 친다. 취침 전 침대에 누워 보는 SNS이야말로 꿀맛인 동시에 하루 중 남은 시간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주범이다. 대안으로 유퀴즈에서 배우 송혜교 님이 언급한 '감사기도'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방송 이후로 빠짐없이 써오고 있는데 제법 여러 좋은 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하루 동안 소소하게 감사했던 일을 적다 보니, 생각에만 머물던 것들이 점차 입 밖으로 나오고, 자연스레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작은 감사의 실천이 쌓이면, 평범한 하루도 특별한 날들로 채워질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소홀히 하면 근육이 빠지듯, 생각을 게을리하면 사고의 근육도 줄어든다. 생각에도 깊이가 있어야 밀도가 생기므로, 매사에 주어진 일 앞에서 편함을 경계하고 시간과 과정을 정성껏 담아야겠다.



최근 인터넷을 2주간 끊으면 뇌 나이가 10년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기사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 몸 안 변화를 느껴보기 위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이런, 지금 이 기사도 방금 SNS에서 본 것이다. 종이신문을 다시 구독해야 하나....!



그래도 며칠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곧장 메모장 앱을 열고 있다. 덕분에 글 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 의지가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서히 SNS와 멀어지도록 아날로그의 힘을 적극 빌려볼 생각이다. 그렇게 불필요한 시간 지출을 막고 꼬박꼬박 저축해서, 결국 남부럽지 않은 시간 부자가 되고 싶다.




'아날로그의 회귀'를 위해 탁상시계를 마련했다.




2025. 4. 24. 오마이뉴스 <배우차유진에세이> 게재

2025.11.30. 글 개정. <브런치>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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