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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Aug 29. 2015

물리학 클래식 - 이종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물리학은 수재들의 영역이라는 일종의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경이감을 느끼고자 틈나는 대로 교양 과학 수준의 물리학 책은 읽고 있습니다.



1. 20세기 초, 중반까지, 아인슈타인을 비롯, 양자역학의 토대를 쌓은 보어, 하이젠베르크, 쉬뢰딩거 등이 활동한 시기를 일명 '천재의 세기'라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역학이론이 뉴턴의 고전 물리학을 대체하는 등 정말 위대한, 과학사의 한 페이지씩을 차지하는 말 그대로 천재들이 엄청나게 나온 시기이기 때문이지요. 그냥 이름만 들어도 한숨부터 나오는 천재들 대부분이 이 무렵에 활동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이 책은 이 위대한 세기의 포문을 연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의 끈이론(string theory)에 이르기까지 물리학 분야별로 대표적인 논문들 10편을 선정, 그 중심 내용 및 이론적 기초, 배경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학사 책들은 많지만 이렇게 '클래식'들을 저자가 직접 깊이 있게 연구하고 소개한 책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논문 원전에 대한 해설이라는 독창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을 통해 위대한 발견들을 소개하고 일반인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신선하면서도 어쩌면 벌써 나왔어야 하는 책인데 왜 이제야 나왔는지 아쉽기까지 했습니다.

   

2. 보통 과학사 책들이 위대한 발견의 배경에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나 주변부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이론적인 내용에 치중하는 것은 전달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은 거의 배제하고 그냥 돌직구를 날립니다. 덕분에 읽으면서(특히 뒷부분 입자물리나 끈이론 쪽으로 가면서) 너무 어려웠지만 그 전보다는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 힘들었던 만큼 뿌듯하기도 합니다.


특히 미시세계를 다루는 사람들, 양자역학이나 입자 물리를 하는 사람들의 일처리 방식과 숫자에 대한 민감한 태도를 보면서 제 업무와 일정 부분 유사한 것도 발견함과 동시에 저 자신의 업무 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작은 숫자들을 다루면서 그 숫자들의 향상 정도에 거의 목숨 거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숙연해지기도했고요,


빛보다 빠른 '것'의 존재 가능성 소식을 언젠가 신문에서 접하고 그 후속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의 수정은 불가피하죠;;) 아주 미세한 관측상의 오차로 인해 훗날의 숙제로 남았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아하' 하기도 했습니다.


3. 뛰어난 물리학자들은 대부분 뛰어난 사상가 및 철학자이면서 또한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죠,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상상한 것을 과학의 언어로(뭐, 대부분 수학이죠^^),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펴나가는, 그런 사람들이었죠.


학창 시절, 수학이나 물리를 배울 때, 너무 공식에만 함몰되어, 그래서 그 배경에 있는 철학과 상상력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제 아들에게는 이 상상력과 직관을 통해 얻는 즐거움을 먼저 맛보게 해주고 싶네요. 그러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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