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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Sep 20. 2015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유함과 제멋대로 사이의 균형 잡힌 줄타기  

#1 : 자유함, 자유로운 삶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떠올렸던 단어가

'자유함',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참 자유롭게 사는

사람인데요, 그게 '마음 내키대로'가 아닌

말 그대로 자유로운 삶이었습니다.

자신의 일도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해가며

성실하게 살지만, 자유함을, 자유에 대한

의지를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살았지만 그냥 막 살지는 않았던,

어찌 보면 평범한 소시민의 삶인데

그게 평범하지가 않고 드라마틱한,

참 묘하고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자유라는 게 뭔지 알겠지요? > ..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2 : '그저 해나가기만 하면 돼요!'

얼핏 보면 이 책의 구성은

진정한 자유함을 누리고 사는 조르바로부터

그의 고용주인 '나'가 한 수 배우는 구조로 이해되기 쉬운데 만약 진짜 그게 다였다면 짐작해보건대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 두 인물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깊은 우정을

쌓아가는데요, 약간 어정쩡한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과(전쟁터로 나갔다가 죽고 마는 그의 친구와

예를 들어 대비해보면 그렇지요)

본인 하고 싶은 것은 다하고 사는 또 한 사람이

묘한 케미를 일으키며 읽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그나저나 '그저 해나가기만 하면 돼요!'라는

문장은 잔잔하면서도 큰 힘을 주네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답은

그저 해나가는 것 밖에는 없겠지요.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반생이었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운명이 나를 데려온 것은 아니네. 인간은 자기가

선택한 대로만 행동하네.


#3 : 문장의 향연


산다는 게 감옥 살이지.

암, 그것도 종신형이 말고, 빌어먹을.


빛줄기는 내친걸음에 카운터까지 뛰어올라

술병을 감았다.


대나무 숲 뒤의 바다는 한숨을 쉬었다.


저녁노을이 마당에 황금 먼지를 뿌리는 것 같았다.


그는 꿀처럼 짙고 느린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사람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은 책임감도 있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그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있어요, 나는 보다 나은 세계를 줄 수 있어요.

있어요? 어디 좀 들어 봅시다!

설명할 수 없어요. 설명해 봐야, 조르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보여 줄게 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나는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꼭지부터

발끝까지가 잔뜩 긴장하여 이게 돌이 되고 석탄이 되고 산투르가 되어 버린단 말입니다.


바다 역시 태양 아래서 느긋하게

몸을 덥히고 있었다.


명상도 일종의 광산이 아닌가, 그럼 나도 파야지.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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