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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Sep 27. 2015

리어왕 - 셰익스피어

1. 지금까지 읽은 셰익스피어 비극 중에서

가장 복합적인 작품입니다.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에서 출발한 비극과 딸들 사이의 치정에 얽힌 이야기, 거기에 정실 아들과 서자가 얽힌 비극도 있습니다.(물론 이것들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복합적인 이야기를 계속 끌고 가는데 파국까지

쉬지 않고 달립니다. 그리고 이 비극에 관계된 모든 이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습니다.   


2.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캐릭터의,

캐릭터에 의한, 캐릭터를 위한  것입니다.

리어왕은 생각을 좀 많이 하게 하는 인물입니다,

자식 키우는 아버지로요. 과연 그는 어떤 아버지였을까요, 그리고 딸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자식농사를 잘못 지은 정말 대표적인, 그리고 그로 인해 비극을 맞이하는 가장 강력한 캐릭터들 중의 하나이니까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의

아들들과 아버지가 생각나게 하는 가족 구성입니다.)


게다가 귀 얇은 것으로 따지면 '오셀로' 저리 가라고요, 아마도 엄청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왕이었을 것 같은데 인생을 마무리할 시점에서(80세에 한 시간도 모자라지

않다고 본인의 나이를 이야기하죠)

엄청난 오판으로 결국 비극의 씨앗을 스스로 뿌리는, 조금 어이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미쳐가는 과정이, 그리고 비참하게 죽는 것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본인이 뿌린 씨앗을 거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네요.  

사실 이 오판과 관련해서 가장 생각나는 것은 구약성경 전도서 아래의 구절들인데, 이 리어왕은 이 구절들을 알았어야 하는 좋은 예가 되는 인물입니다, 큰 악을 행한 것이니까요.


내가 해 아래에서 내가 한 모든 수고를 미워하였노니 이는 내 뒤를 이을 이에게 남겨 주게 됨이라 그 사람이 지혜자일지, 우매자일지야 누가 알랴마는 내가 해 아래에서 내 지혜를 다하여 수고한 모든 결과를 그가 다 관리하리니 이것도 헛되도다 이러므로 내가 해 아래에서 한 모든 수고에 대하여 내가 내 마음에 실망하였도다
어떤 사람은 그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다하여 수고하였어도 그가 얻은 것을 수고하지 아니한 자에게 그의 몫으로 넘겨 주리니 이것도 헛된 것이며 큰 악이로다

                                          - 전도서 2:18~21 -


딸들 이야기는 깊이 안 하겠습니다.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두 언니들도 문제지만 중요한 순간에 사랑 표현을 거부함으로써 결국 스스로를 파극으로 몰고 가는막내딸도 문제는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심각합니다.

어찌 보면 이 막내가 가장 위선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를 고귀하게 여기는.

표현함이 '없는' 사랑은, 아버지 리어왕의 표현을 빌면, 그 없음으로 인해 없음을 낳을  뿐입니다.

조금 일상적인 표현을 쓴다면, 적절한 애교와 아부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할까요.  


3. 한 번 더 읽고 감상문을 쓰려고 했는데 그냥 첫 감상의 느낌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읽으면 다른 것들이 보이고 다른 느낌이 오겠죠. 그러면 뭐, 그 때 다시 포스팅하죠, 고전 해석에 왕도는 없으며 시공의 차이는 무의미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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