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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Sep 28. 2015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 장준환

* 한줄평 : 소문난 잔치에 가장 맛나게 돋보이는

 '여진구'라는 새싹 샐러드 ★★★☆


1. 독특하고 무거운 소재를 선택해서 비교적 무난하게, 이야기를 잘 끌고 간 괜찮은 작품입니다. 중반 이후에 이야기가 지나치게 늘어지고 평범해지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흐름을 잘 잡고 가는  편입니다. 배우들은 적절하게 자기 자리를 잘 지키는데요,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연기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다만 소문난 잔치에 비해 먹을 것이 그리 풍성하지는 않다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2. 장준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라 세간에서 기대가 컸던 작품인데요,  솔직히 전작인 '지구를 지켜라'는 매니아적 성향이 강했던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만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유지하되 보다 대중적인 화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적절한 볼거리와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 구성을

선택했다는 것이 성공요인이라면 성공요인이라고

하겠습니다.


3. 하지만 단점이 명확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화이의 캐릭터 및 극 중에서의 감정 변화의 속도 및

완급조절에는 상대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훌륭한 연기는 인정합니다만 주인공의 감정선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중반 이후에는 계속 달리기만 하는데요, 이게 보는 이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대본의 짜임새도 수준급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 것이 중반 이후 창고의 전투씬(?)부터는 이야기 구조가 너무 평범해지면서 동시에 느슨해집니다.

그리고 건설사 회장으로 등장하는 문성근 및 그의 측근들의 위상과 역할도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들의 연결관계 및 비중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진구라는 훌륭하고 튼튼한 새싹을 건졌습니다, 최소한 '건축학개론'의 이제훈 정도의 퍼포먼스는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싹이 잘 났으니 이제는 자라서 꾸준히 열매를 맺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실 그리 비중은 크지 않으나 김성균의 광기 어린 연기도 매 순간순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이들 가운데서 대사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장면마다 그 장면의 한 축을 흔들림 없이 감당할 수 있는 배우라는 신뢰감을 주네요.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조진웅도 기억에 남습니다. 괴물들 사이에 인간으로 살기가 쉽지 않았겠구나라는,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를 합니다.

   

김윤석님은 그냥 딱 기대한 만큼, 평소 영화 속 이미지대로 나오시네요, 언젠가 화려하게 캐릭터의 변신을 보여줄 날을 기대해 봅니다.

   

부패한 형사로 등장하는 박용우의 이미지 변신도 상당히 흥미로왔는데요, 스테레오 타입인데 거기에 박용우라는 인물이 신선함을 더해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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