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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by 생각창고

#1 꼭 추천하고 싶었던 책입니다.


시를 이해하지 못해서 잘 읽지 않는사람입니다.

(평생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시집이 한 권도 없습니다;;)

sticker sticker

그런데, 한 1년 전쯤에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시집'인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이쿠'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2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글을 쓸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특히 '왜 나는 하이쿠를 좋아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며 이 책의 의미를 찾으려 했습니다.


#3

하이쿠에 개인적으로 열광하는 이유는 감성에 기반한 직관력이 얼마나 위대하고 감동적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이쿠에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며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개인적으로 하이쿠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감성적인 눈인데 그 눈이 꼼꼼한 관찰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시에도 이런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하지요? 시를 많이 그리고 사색하며 읽어본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하이쿠는 이 감성에 기반한 직관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거의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 날개에 적혀있는 것처럼, 말의 홍수 시대에 압축을 통해 절제를 추구하는 문학이라는 점에서, 요즘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때 한 번쯤은 이 하이쿠의 정신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성과 관찰에 기반한 직관의 힘을 알게 해주었기에,

말의 압축을 통해 절제를 추구할 때 맛볼 수 있는 멋을 맛보게 해주었기에 '하이쿠'는 내 맘대로 고전입니다.



장맛비 내려

학의 다리가

짧아졌어라


달에 손잡이를 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


느린 날들이

모여서 멀어져 간

옛날이어라


모 심는 여자

자식 우는 쪽으로

모가 굽는다


흰 국화 앞에서

잠시 마음 흔들리는

가위인가


이 세상은

지옥 위에서 하는

꽃구경이어라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봄은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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