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길에, 지하철에서 읽다가 펑펑 울 뻔했습니다. 저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도 그렇지만 저자의 부인이 쓴 에필로그를 읽다 보면 더 감정이 격해지고 슬픔이 몰려옵니다. 한 줄 한 줄을 남편에 대한 눈물과 그리움으로 썼습니다. 담담하면서도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문체가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책 읽다가 올어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부간의 사랑, 말기암인 것을 알았으나 아이를 갖기로 결심할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사랑, 편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큰 결단을 내린 사랑. 이 책의 키워드는 암도 죽음도 아닌,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먼저 갈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그러나 그마저도 사랑으로 이겨내고 모든 것을 초월하고 담담하게, 그러나 담대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합니다. 아내와 아이가 너무 힘들게 살까 봐, 죽어가면서도 저자는 아내에게 자기가 죽으면 재혼을 하라고 합니다. 그냥 텍스트로 읽기만 해도 마음이 미어집니다.
"이렇게 내가 당신 가슴에 머리를 대고 있어도 숨 쉴 수 있어?"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이게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칼라니티 부부와 딸 케이디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평균 수명 150세를 넘어 불멸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만 이 책은 그 정 반대편의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은 죽음을 이길 수 없다고 담담하게, 그러나 애절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서 답답해졌던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시원해졌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이냐를,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조금 더 겸손해졌다고나 할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점점 악화되는 암으로 살인적인 피로를 느끼면서도 완화치료를 받는 동안 그가 제일 신경 썼던 건 집필에 필요한 정신력의 유지였다. 그는 어떻게든 글을 쓰겠다는 의지가 굳건했다.
글을 써야겠습니다. 부지런히 써야겠습니다. 책을 빨리 써야겠습니다. 너무 앞뒤 재고, 핑계 대고, 차일피일 미루지 말아야겠습니다. 내가 글을 안 쓰고 안 읽고 보낸 하루가, 폴리니티에게는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하루였을 것입니다. 미안해서라도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치열하게 읽고 쓰고 해야겠습니다.